경제·금융

안정대책에도 금융시장 “출렁”(초점)

◎환율 널뛰기 시중금리 다시 상승세/“총통화내 특융지원”… 타부문 환수 불가피/자금흐름 개선·기아대책 빠져 실망감 더해『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해야 돈을 푸는 정도다. 금융시장은 사실상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낼 수 없음을 확인했고 그런 판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26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저지선없이 널뛰기를 하고 자금시장은 불안감에 휩싸여 숨을 죽였다. 이날 당국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상황이었고 시장의 불안심리는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애를 썼지만 공급처가 없는 상태에서 「금융공황」에 가까운 하루를 보냈다. 실세금리는 0.05∼0.2%포인트의 소폭 상승에 그쳤지만 거래가 부진해 별다른 의미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돈속으로 빠져든 것은 25일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예견된 결과였다는게 중론이다. 금융권이 판단하는 정부대책의 요지는 돈을 풀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제일은행과 종금사에 한국은행 특융 4조원을 지원하고 이와는 별도로 2조원의 돈을 찍어내 금융권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기금에 내놓겠다는게 골자였다. 『기아사태 치유를 위한 대책이 전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4조원 규모의 특융을 포함한 대책이 발표된 직후 한은측이 크게 당황했다. 한은 관계자는 『당초 예정된 방출규모안에서 특정은행과 종금사에 좀 더 많은 자금을 몰아주는 정도일 뿐이어서 총통화가 팽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은행권의 자금사정을 봐가며 신축적으로 통화를 흡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액면그대로 믿는 시장관계자가 없다는 사실이 26일 자금시장에서 곧바로 확인됐다. 시중에 풀린 돈을 빨아들이다보면 후유증이 불가피하고 그 부담은 여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공동분담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는 분석이다. 어느 금융기관이고 여유가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더 큰 혼란만 가져올 형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실채권 정리기금에 쏟아부을 자금마저 결국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길 것이란 우려도 불안감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금융기관과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자금통로는 이미 막힌 지 오래다. 중소기업은 물론 웬만한 대기업조차 보증처를 찾을 수 없어 기업어음이나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추석을 앞두고 자금확보에 다급한 기업들은 환율상승과 그에 뒤따르는 금리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6일 회사채수익률이 전날보다 0.1%포인트 상승한 연12.25%를 기록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가수요는 더욱 기승을 부릴 태세다. 자금시장 관계자는 『자금의 전체적인 규모는 부족하지 않으나 자금흐름은 여전히 왜곡돼 있다』며 『기아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는한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확대되고 본격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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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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