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서진원 행장 인터뷰 "그룹 각 사 힘합쳐 신한의 가치 키울 것"

"제가 신한은행장이 된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야 알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경영할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30일 오전 신한금융지주가 차기 신한은행장을 내정한 직후 당사자인 서진원 신임 행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던진 첫 마디는 기자를 당혹스럽게 만들 정도였다. 여기에 "그룹의 각 사가 힘을 합쳐 신한의 가치를 키울 수 있도록 은행장으로서 힘을 보태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덧붙여졌을 뿐이다. 그는 이미 2~3개월 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신한지주나 은행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 거창한 달변을 준비한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담백한 화법이 서 행장의 스타일이라고 주변 지인들은 전했다. 평소 불필요하게 긴 문답은 피하는 편이고 성격이 꼼꼼해서 확실하지 않은 생각은 함부로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서 사장은 업무에 관해서는 엄격해 그의 밑에서 일한 사람들은 혼이 난 기억을 한두 개쯤 갖고 있다. 하지만 조리 있는 논리로 자신을 설득시키면 뒷계산 없이 화끈하게 밀어준다고 한다. 10여년 전에도 그랬다. 지난 1997년 신한은행 면목동 지점장이던 그에게 느닷없이 전산정보부장 발령 통지가 날아들었다. 사회학과 출신이라 정보기술(IT)에는 백치 수준이었던 그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더구나 당시에 신한은행 전산망은 경쟁 은행보다 낙후돼 있었고 조직과 설비도 구멍가게 수준이어서 부서원들의 갈등과 사기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최근의 신한지주 상황과 비슷했다고 한다. "시장과 고객들로부터 시시각각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데 지점은 물론이고 본점에도 이를 종합적으로 보관하고 분석할 데이터센터 하나 없었다"는 것이 당시 서 행장 휘하에서 일했던 신한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단지 '정보계'라는 작은 부서가 이를 도맡았는데 설비와 인력이 부족해 영업점이나 본점에서 분석 자료를 하나 뽑아달라고 하면 일주일 이상 걸리는 일이 다반사여서 욕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최악의 여건에서 서 행장(당시 전산정보부장)은 경기도 일산신도시 인근에 정보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고언을 상부에 올렸다. 외환위기 와중에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건의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 행장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빈틈 없는 기안을 올렸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신한은행 최초의 데이터베이스센터가 마련됐다. 신한은행은 이를 계기로 발 빠른 정보 분석이 가능해졌고 업계 선두로 치고 나가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서 행장의 또 다른 지인은 "서 행장은 아랫사람들이 진이 빠질 정도로 완벽주의자이지만 그룹 내에 적이 없고 인망이 두터워 위기관리의 CEO로 최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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