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사태가 울산 공장에서 전주 공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사측도 '휴업'까지 검토하는 등 대응 수위를 올리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현대차의 매출손실이 1,000억원을 넘어선데다 휴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지역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대차는 전주 공장이 부분파업에 들어간 22일 울산1 공장에 대해 2시간 조업단축에 나섰다. 1공장은 베르나와 클릭, 신형 엑센트를 생산하며 현재 비정규직 노조원 400여명이 1공장 가운데 도어 탈착 작업 공정(CTS) 작업장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이번 조업단축 조치로 1공장 근로자 3,200여명은 그동안의 파업에 따라 조업을 하지 않고도 받던 10시간분의 정상임금을 이날부터 2시간분이 제외된 8시간분만 받게 됐다.
현대차는 점거파업이 계속될 경우 추가적으로 단계적 작업장 조업단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돼 정상적인 생산라인 운영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 휴업조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또 1공장에서 파업하고 있는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을 포함해 파업을 주도한 27명에 대해 3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손배소 금액은 6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은 전체 직원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사태가 장기화돼 정상적인 생산라인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면 조업단축뿐 아니라 휴업조치까지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하청노조와 외부단체, 일부 직원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현대차 근로자의 임금 손실과 고용불안이 야기됐다"며 "회사는 하청노조 문제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대응 강도가 높아진 것은 생산차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2일 현재까지 9,013대의 생산차질을 빚었고 매출손실 또한 1,012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생산차질액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다. 현대차의 1일 생산차질액은 대략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전주 공장까지 파업이 지속될 경우 피해액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수위도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지난 20일 노조원 황모(33)씨가 분신을 시도한 데 이어 폭력사태도 일어났다. 20일 노조간부 장모(37)씨는 폭력 행사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런 와중에 지역 노동계와 정치권은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공장 점거파업을 지지하기 위한 연대 총파업 결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의 풍향계가 비정규직과 사측 중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가 사태의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