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주요기업 연금적자 몸살

증시침체·금리인하따라 결손 갈수록 늘어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기업의 기업연금 결손이 심화되면서 기업경영의 또 다른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일정액 이상의 연금을 적립토록 의무화돼 있는데, 최근 증시가 지속적인 침체 양상을 보이고 금리도 떨어지면서 연금 자산에 결손이 발생, 이를 보전해야 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 특히 이 같은 기업연금 결손은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은 물론 보전 비용 증가에 따른 순익 악화로 연결돼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 주요 기업 연금 적자 잇따라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US스틸은 지난 21일 3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4ㆍ4분기에는 7억5,000만 달러를 연금 보전에 충당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보전 금액은 지난 8월 추산 때보다 5,000만 달러 늘어난 것이다. 이에 앞서 포드는 지난 9월 말 현재 연금 적자가 65억 달러로 전분기보다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으며, 제너널모터스(GM)는 올해 연금 충당 비용이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신용등급이 정크 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큰 요인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자동차, 철강, 항공 등 굴뚝산업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이들 기업들이 일정 부분 투자 위험을 종업원들이 떠안는 확정갹출형연금(401k)보다는 퇴직자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는 확정급부형연금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기업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데, 세계 5위 자동차 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3일 올해 말 기업연금의 지불금 부족액은 약 55억 유로(53억7,0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순익 악화 및 투자 축소 불가피 현재 S&P 500 기업 가운데 360개가 확정급부형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240개가 지난해 말 현재 연금에 적자가 발생했다. 이는 10년래 최대 규모다. 특히 모건스탠리 증권은 S&P 500 기업의 총 연금 적자가 올해 3,000억 달러에 달해 앞으로 수년간 기업 현금 흐름에서 충당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회계 기준상 올해 결손 분을 모두 연내 충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손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은 잉여 자금을 신규투자, 부채상환, 자사주 매입, 전략적 제휴 등에 쓰기 앞서 결손부터 보전해야 한다. 이 경우 순익 악화 및 이에 따른 투자 축소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S&P는 24일 기업연금 결손이 앞으로 순익을 삭감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등 회계부정에 이어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 역시 오르면 결손의 상당부분은 자연적으로 보전될 수 있겠지만 최근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구영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