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디젤차 하면 흔히 ‘소음’을 떠올린다. 가솔린 차량에 비해 연비가 높아 경제성이 좋고 힘이 세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가 좀 시끄러운 것 아냐”하는 선입견이 항상 앞선다. 그래서인가. 야외활동에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레저용차량(RV)에 대해서는 소음에 다소 관대한 대신, 세단을 탈 때는 차가 내는 소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엔진소리가 조금만 커도 차를 나쁘게 보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미 디젤차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디젤승용차가 많이 팔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악조건 속에서 GM대우가 최근 용감하게(?) ‘토스카 디젤’을 출시하면서 “디젤 승용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토스카 디젤은 유로 IV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2000cc 가변형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엔진(VCDi)을 탑재했다. 배기가스에서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대폭 줄이고,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입자를 절반 정도 배출시키는 친환경 엔진이라는 의미다. 시승 직전.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한 멋을 한층 더 부각시킨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듀얼 머플러 팁 등이 가장 눈에 띈다. 나머지 외관은 기존 토스카 가솔린 차량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 받아 큰 차이가 없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 디젤차 특유의 강한 힘이 제대로 느껴진다. 최대 출력 150 마력과 최대 토크 32.7kg.m를 발휘하는 토스카 디젤은 묵직하면서도 순간적으로 속도를 치고 올라가는 힘이 놀랍다. 이 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206km. 시속 100km까지 달리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1초다. 토스카 디젤에는 최첨단 5단 수동겸 자동 변속기가 장착돼 디젤 엔진과 잘 어우러지는 듯 비교적 매끈하게 변속을 이뤄진다. 가장 민감한 ‘소음’ 문제를 세심하게 살폈다. 시동을 건 직후의 정지상태나 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 모두 가솔린 차량에 비해 차가 좀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만일 이 차가 디젤 승용차라는 사실을 모르고 탔다면 가솔린 차와 별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디젤차의 약점을 캐려는 집요함이 작용했을 뿐, 사실 운전하는데 소음 자체가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약간의 약점은 가솔린 승용차에 비해 20% 이상 우수한 연비(리터당 13km)로 커버해도 될듯하다. 차 값이 기존 가솔린 모델에 비해 250만원 정도 비싸지만 3~4년만 차를 몰면 기름값 차이만으로도 상쇄된다. 기존 SUV인 윈스톰에 들어가는 엔진을 장착해 힘이 넘치는 것도 이 차의 큰 장점이다. 토스카 디젤.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