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0주년 한국연극 위기를 기회로] 초대권 줄이고 유료관객 늘려야

<상>연극 활성화 관객에 달렸다<br>객석 썰렁한데 그나마 손님들 대부분 무료<br>서울연극센터·방송사 활용 홍보 채널 확충<br>중고생 정기 관람 통해 예비 관객 확보도 필요




한국 연극 100주년. 지난 1908년 원각사에서 이인직의 신극 ‘은세계’가 막을 올린 이래 정확히 한세기가 지났다. 일제시대 신극과 신파극 위주로 발전한 우리 연극은 해방 이후 동인제 극단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1970~80년대에는 어두운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연극이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이후 상업주의 바람이 불면서 연극은 급격한 침체를 겪는다. 제작 환경 악화, 초대권 남발 등로 인한 유료관객 감소… 연극인들은 현재 연극이 위기 상황이라는 데 별 단서를 달지 않는다.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를 형성하며 공연 발전의 밑거름이 돼 온 우리 연극이 마주한 차가운 현실을 진단하고 발전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지난 3월 11일 서울 대학로 상상블루 소극장. 배뱅이굿을 현대 감각에 맞춰 새롭게 꾸민 연극 ‘굿모닝 배뱅이’가 공연됐다. 100석 규모의 극장에 관객은 8명 뿐. 그마저 유료관객은 단 5명이었다. 지난 1월 3일 개막한 이 공연은 관객이 없어서 여섯차례나 공연을 하지 못했으며 평균 관객은 10명이다. 초연 당시에는 이 정도로까지 열악하지 않았다. 1995년 초연한 이 작품은 1998년까지 4차례 공연하면서 1997년을 제외하곤 모두 수익을 냈다.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렸으나 결과는 참담. 제작을 맡은 최강지 극단 판 대표는 “객석을 초대로 메우지 않고 공연하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연극이 활성화되기 위해 무엇보다 유료관객 개발이 시급하다. 연극계에서는 초대권 남발을 막기 위해 홍보 채널이 필요하고, 중고등학교에서의 정기적 공연 관람 제도 등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유료관객 넓혀야=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05 공연예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연장의 유료 관객은 991만 명인 데 비해 무료관객은 1,142만 명에 이른다. ‘돈 안내고 공연 보는’ 풍토가 뿌리 깊이 자리잡은 상황이다. 극단들은 초대권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홍보 채널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성수 극단 나무와 물 대표는 “현재 공연 이름이라도 노출시키기 위해 라디오 방송, 인터넷 공연 카페 등에 초대권을 주는 상황”이라며 “영향력 있고 제대로 된 홍보 수단이 있다면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초대권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극계는 이와 관련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연극센터의 적극적 활용 ▦공중파 방송사의 연극프로그램 신설 등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지난 1월 혜화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서울연극센터는 하루 평균 450명이 방문하는 등 시민들에게 인기다. 하지만 연극 홍보와 관련해서는 리플릿 비치, 공연홍보 동영상 상영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서울연극센터가 소극적인 홍보 전략에서 벗어나 공연소개 도우미 활용 등 적극적인 관객 유치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연극계는 입을 모은다. 관객 유치를 위해서는 TV프로그램 신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화관련 TV프로그램이 10% 이상 시청률을 기록하며 영화 흥행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연극은 상징성이 있어서 사전 지식 없이 공연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며 “해설이 있는 연극을 소재로 공영방송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시청자들은 재미있게 연극을 볼 수 있고, 연극계는 관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관객을 키워라=연극계의 숙원 과제는 관객 개발이다. 연극 관계자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절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힘으로써 미래의 관객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사랑티켓 제도를 통해 활용되는 학교의 단체 관람 제도를 확대하는 안이 대안이다. 마침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근 연극 10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일선 학교장들을 만나서 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논의하겠다”고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학교장과 담당 교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돼도 학부모들의 반대로 실질적 운영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연극계는 문화부와 교육부가 협의해 공연 관람 제도를 1년에 최소 1회라도 의무적으로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학교간의 입시 경쟁으로 공연장 나들이는 수능시험이 끝난 고3 학생들에게만 유효한 게 현실”이라며 “모든 학교에서 평등하게 시행하면 학부모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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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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