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기안정책으로 전환할 때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그제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고 “내년에는 5%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재정 및 통화정책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회복을 자신해 콜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국책기관으로서는 두번째로 경기회복을 선언한 셈이다. KDI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근거로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면서 재고는 줄고 생산은 늘어나며 민간소비 회복세가 뚜렷한 점 등을 들었다. 우리 경제는 2ㆍ4분기부터 각종 지표가 호전되는 등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KDI의 진단은 정부ㆍ기업ㆍ가계 등 각 경제주체에 자신감을 갖게 하고 경기확장에 미리 대응하도록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KDI가 경기회복을 예측하고 이와 관련해 경제정책목표를 경기안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인상을 준다. 오랫동안 병을 앓아온 환자가 이제 겨우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건강을 회복할 것을 전제로 미리 손을 써야 한다는 논리처럼 들린다. 최근 뚜렷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회복강도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것이 민간연구소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자동차ㆍ선박 등 호황업종에만 그칠 뿐 중소기업과 내수 부문의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기대지수도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고는 하나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고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최근 한은의 콜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가계부담은 더욱 늘어나 소비회복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타려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 전반적인 고용창출이 일어나야 하는데 지난달 청년취업자는 2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고용 없는 성장은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특히 8ㆍ31부동산종합대책으로 건설경기가 급랭하고 있는 점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면에서 한은이나 KDI 등이 경제전망에서 너무 앞서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 등 정책당국의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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