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포퓰리즘이 국가흥망 가른다] <12> 브라질 ② 흔들리는 중남미 맹주

'고물가·성장둔화·눈덩이 빚' 3苦에 신음… "호시절 끝나간다"<br>상파울루 체감물가 서울의 2배<br>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하락<br>국가·가계부채도 심각한 수준<br>원자재 의존 경제 한계 드러나


브라질은 흔히 남미국가의 모델로 불린다. 현재 남미대륙 12개국 가운데 10개국에서 좌파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이처럼 남미에서 좌파정권이 득세할 수 있었던 주요한 배경이 이른바 '브라질 컨센서스'다. 시장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사회적 소외계층 해결에 주력하고 대외적으로 국가의 주권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지난 7월 취임한 페루의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브라질을 방문, 페루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질 모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석유에서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무기로 퍼주기식 포퓰리즘에 매진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한때 잘나가던 브라질도 요즘 남미의 맹주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경제가 삐걱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 눈에 띄게 둔화되는 경제성장,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채무 등 3각 파고가 들이닥치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정부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동안 강력한 물가억제 정책에 힘입어 안정세를 보여온 상파울루의 물가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뉴욕을 앞지르고 있다. 한국에서 3,000만원 미만인 쏘나타자동차 가격은 이곳에서 1만2,000헤알(8,000만원)이 넘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패드2는 뉴욕에서는 830달러이지만 이곳에서는 1,200달러를 줘야 살 수 있다. 헤알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7.23% 상승했다. 이는 연간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치 6.5%를 크게 웃도는 것이며 2005년 6월 이후 최고치다. 고물가에 대한 브라질 국민들의 불만도 노골화되고 있다. 6일 상파울루주에 위치한 GM공장 근로자들은 17.45%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쟁의에 돌입했다. 상파울루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현지주재원 이모씨는 "상파울루의 체감물가는 서울의 2배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아무리 고물가에 익숙해진 브라질 국민이라도 더 이상 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올 들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다섯 차례나 금리인상을 단행, 10.75%이던 기준금리를 12.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최근 기준금리를 12.5%에서 12.0%로 0.5%포인트 내렸다. 미국ㆍ유럽경제의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률도 떨어지면서 브라질 경제의 성장둔화가 급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재계는 헤알화 강세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를 막고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금리인하를 요구해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브라질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5%, 4%에서 3.7%, 3.8%로 낮춘 바 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브라질 정부의 경제정책은 자칫 인플레이션도 놓치고 성장둔화 현상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경제 성장둔화가 원자재 가격 하락을 초래하면 브라질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채무도 브라질 경제의 복병이다. 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은 3,200억달러로 세계 4위다. 반면 대외채무도 1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브라질의 대외자산ㆍ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더라도 순채무는 6,60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400억달러가 넘을 정도로 매년 적자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수입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해 만성적인 적자를 겪고 있다. IMF는 오는 2016년 브라질의 연간 대외적자 규모가 1,2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가뿐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수년간 경제가 성장하면서 브라질 중산층은 자동차, LCD TV 등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이러한 소비는 가계부채로 연결돼 올해 말 부실여신 비율이 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한 제조업과 생산비용을 낮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채 원자재에 주로 의존해 성장해온 브라질 경제의 취약성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것. 로이터통신은 최근 브라질 경제가 심해유전 개발, 건설 등 부분적으로는 활황을 이어가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레이트(great)'에서'굿(good)'으로 떨어졌다며 2014년까지 빈민층 1,600만명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려는 호세프 정부의 목표가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호날두 곤칼브 리오데자네이루연방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세계 각국이 브라질에 자금을 대출해주지 않는다면 브라질은 또다시 위기로 내몰릴 것"이라며 "카르텔, 독점, 무능한 정부가 비효율적인 브라질 경제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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