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축소 부작용이 더 크다

정부가 대형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사전 검증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 '사업규모 500억원 이상에 국고지원 300억원'인 조사 대상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지역균형발전 배점을 높이는 방향이다. 그렇게 되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수가 크게 줄고 지역 대형 SOC 사업의 문턱도 한결 낮아진다. 제도를 도입한 지 15년이 지난 만큼 변화된 환경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정부 논리다. 그동안 경제 규모와 공사비 규모가 커지고 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조사 대상 기준은 그대로여서 제도변경 여부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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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예비타당성 조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기는 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지방의 불만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모처럼 대형 사업이 계획됐는데 조사에 가로막혀 지연되거나 경제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동남권 신공항을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의 굵직굵직한 지역공약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조사 대상을 대폭 줄이고 지역에 가산점을 듬뿍 준다면 상당수 지역 대선공약 사업들이 가볍게 허들을 넘을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지난해 11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조사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원에 국고지원 6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으로 바꾸자고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 "취임하게 되면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 상향 조정 등 제도 전반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이 모두 이를 위해 사전 자락을 깐 셈이다.

물론 제도를 바꿔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면 국민에게 유익한 일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더 크다면 얘기가 다르다. 예비타당성 조사 축소로 대형 국책사업이 쉬워지면 정치인들은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가뜩이나 입법부의 권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경제논리는 정치논리에 완전히 압도되고 말 것이다. 재정도 부실해지고 있다. 지난해 덜 걷힌 세금이 8조5,000억원에 나랏빚은 40조원가량 늘었다. 이런 판국에 정치인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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