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가극대화,경영 주목표돼야/윤영섭 고려대교수·경영학(시론)

21세기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오늘날 우리 경제는 전례없는 열병을 앓고 있다. 주가, 금리 및 외환 등 어느 한 구석을 보아도 온전한 데가 없다. 고비용·저효율로 요약되는 우리 기업들의 구조적 병폐가 수많은 기업들의 잇따른 부실화와 도산을 초래하더니 마침내는 국내 10대 기업까지 도산 직전에 이르렀다.작금의 상황은 기업들이 전문성도 없이 과도한 차입금에 의존하여 비관련 다각화를 이루고 무리한 사업확장을 경쟁적으로 추구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후 엄청난 양의 자원을 동원하여 투자를 실시한 결과 성장과 고용증대에는 성공하였다 하겠으나, 지금에 와서 보면 결국 세계에 내세울만한 기업이 없고 돈 잘 벌리는 사업이 별로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말았다. 기업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주가가 이달초 일주일만에 종합주가지수가 60포인트가량 떨어지는 주가폭락사태가 벌어지고 종합주가지수가 4∼5년전과 비슷한 수준인 6백대에 머무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을 보고 결국 올 것이 온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러한 증시침체와 기업부실 문제의 해결은 우리 기업이 갖고 있는 본질적 문제점을 짚어보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서 지금까지의 외형위주 경영에서 이제는 가치위주 경영으로 경영패러다임을 분명히 바꾸어야 할 것이다. 외형성장을 위해서는 투자를 통하여 자산을 늘리고 매출액을 늘리는 것이 기업경영의 목표가 되나, 가치창출을 위해서는 부의 창출이 명시적 경영목표가 되어야 한다. 부의 창출이란 바로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기업가치의 창출을 의미하고 기업가치는 현금흐름의 극대화와 자본비용의 극소화에 의해서 극대화되며 그것은 다시 주가의 극대화로 이어진다. 이렇듯 주가극대화가 기업의 지배적 목표가 되도록 경영하는 것을 가치창조 경영이라 하고 작년 이후부터 우리나라에 소개된 경제적 부가가치(EVA)경영이라고도 한다. 주가극대화가 기업경영의 지배적 목표가 된다는 이야기는 전략수립을 포함한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이 주가상승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내려지는 것을 말하며 이런 방향의 구체적 분석기법을 주주가치분석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분석이라 한다. 그런데 주가극대화가 기업의 지배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 일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개념적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개념적 오류는 시장점유율 극대화 또는 매출액 극대화 등 생산시장 목표가 주가 극대화와 같은 자본시장 목표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류인 이유는 극단적 예이긴 하지만 양자의 생산시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공짜로 팔면 가능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두번째 개념적 오류는 주가, 즉 주주의 이익 하나만 극대화되기 보다는 주주를 포함하여 근로자, 고객, 채권자 등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류인 이유는 주주의 이익과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상충되지 않는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간단한 예로,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남기면 경쟁자들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보다 유능한 근로자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되고 또한 유능한 근로자는 생산성이 높아 더 큰 이익을 남겨 주주의 이익을 크게 만들며 이는 다시 유능한 근로자를 유인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한국기업, 나아가 한국경제가 하루빨리 가치기준으로 경영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기업들은 자산 또는 매출액 등 외형위주의 경영지표에 집착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이익(EPS) 등 회계이익의 개념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이들보다는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주주가치 접근방법,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분석 등 선진기법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 둘째, 정부·경제단체 및 경제신문 등은 더이상 자산기준, 매출액 기준, 또는 순이익기준에 의한 기업 순위매김을 그만두고 주주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지표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정부는 기업부실과 증시침체를 해결하기 위하여 거시정책 차원에서 단기적 부양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기업이 경영마인드를 바꾸고 책임경영을 강조해 나감으로써 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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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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