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위기극복의 현장] 노사가 함께 이겨낸다

한국수중개발(대표 성낙배)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보다 월간 매출액 23.5% 상승, 1인당 생산성 62% 향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중견 건설업체로서는 드물게 올해 연말에 전직원에게 성과급 200~300%를 지급할 예정이다. IMF 이후 대다수 업체들이 최악의 경기에 허덕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한국수중개발은 국토확장 사업의 기초가 되는 해안부지 조성을 위한 준설공사와 수중공사를 주사업으로 하고있다. 그동안 군장산업단지, 인천 LNG인수기지, 영종도 신공항부지, 인천 송도 신도시부지 조성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종업원 150여명 규모의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동종업계에서는 상당히 경쟁력있는 업체로 평판이 나 있다. 그러나 한국수중개발에도 IMF한파는 닥쳐왔다. 국책사업이 속속 축소, 연기되면서 건설경기가 꽁꽁 얼어붙은데다 공사원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유가가 환율상승으로 하늘로 치솟아 경영수지가 크게 악화되는 등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로인해 IMF 이전에 17억원을 상회하던 월간 매출액이 지난 3월에는 10억원으로 급락했고 일용직 근로자 50여명도 일자리를 잃는 등 회사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이에 成사장은 사원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단 한명의 사원도 해고하지 않겠으며 임금은 전액 지급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다시한번 노사가 하나되어 뛸 것』을 호소했다. 박창호(朴昌浩)노조위원장도 사장의 이같은 의지에 화답, 즉각 긴급대의원대회를 열고 「30% 일더하기」,「경비 30%절감」,「생산성 20%향상」을 결의하고 실천에 옮겼다. IMF극복을 위한 새로운 노사협력체제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더하기, 이익극대화, 원가절감을 통해 임금을 유지하고 고용보장을 위해 노사대표 각 3인으로 구성된 「회사발전위원회」를 가동시켰다. 노사대표들은 이때부터 수개월간 회사 숙소에서 밤을 지새우며 지난 6년간 경영자료및 공정시스템을 재분석해 「IMF정면돌파 계획서」를 마련했다. 노사는 생산성 극대화에 적극 노력하고 98년도 임금 무교섭 동결, 상여금 자진반납, 스스로 맏은 바 직무에 책임을 다하자는 책임경영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 계획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했다. 직원들은 하계휴가를 비롯, 각종 기념일과 공휴일을 모두 반납했으며 심지어 결혼까지도 동절기 휴가기간으로 미루고 생산성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했다. 근무일 수에 관계없이 생산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정신으로 무장했다. 특히 선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바다위에서 한달내내 하루도 쉬지않고 일하는 열의를 보였고 이에 호응, 관리직 사원들도 선단에 직접 나가 지원활동을 펴는등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쳤다. 한국수중개발 직원들이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같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믿고 공사를 맡기는 발주처들이 속속 늘어났다. 그결과 지난 3월이후 지금까지 월평균 매출액이 IMF이전보다 23.5% 증가한 21억5,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1인당 생산성은 무려 62% 향상됐으며 특히 일거리가 없어 회사를 떠나야 했던 일용직 근로자들도 25명이나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또 연말에는 200~300%의 성과급이 추가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IMF 한파를 슬기롭게 이겨낸 한국수중개발의 협력적 노사관계는 무엇보다 노조를 경영 파트너로 인식한 사용자와 평생 일터를 가꾸자는 노조위원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가 설립된 지난 89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다 노조가 설립된 다음해인 94년부터 흑자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당시 회사내에서 전개되고 있던 「JUMP 300」이란 생산성향상 운동도 노조 설립과 동시에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준설선 1개 선단당 평균 가동시간을 월 200시간에서 300시간으로 향상시키자는 야심찬 운동이었다. 이 운동에 노조가 적극 협력하면서 그 결과는 곧바로 가시화 됐다. 93년에 1개 선단이 목표를 달성했고 이듬해인 94년에는 모든 선단이 월간 가동시간 300시간을 웃돌아 창사이후 계속되던 적자행진이 흑자로 반전됐다. 이후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간 지속적인 노력으로 현재 1개 선단당 월 가동시간이 400시간을 유지하고 있으며 작업조건에 따라 500시간이 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노조는 선진국 준설업체의 국내진출에 대비해 선단의 정원을 대폭 감축시키는 방안을 제시, 인력구조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결국 점진적인 구조조정으로 1개 선단당 정원을 31명에서 26명, 26명에서 18명, 그리고 마지막에는 15명으로 감축시키는데 성공했다. 정규직은 단한명도 감축시키지 않았다. 동종업계는 선단당 작업인원이 평균 26명 수준이다. 그결과 직원들은 정원감축으로 발생된 이익분배로 임금이 30%나 상승, 이제는 모두가 「하면된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한국수중개발은 생산성 향상이나 경쟁력 강화, 경영제도 개선과 경영전략까지도 노사가 함께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발전위원회」라는 독특한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내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위원회 결정사항이 단체협약과 맞지 않더라도 노조에서 이의를 달지 않는다. 노사가 함께 결정한 사항인 만큼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경영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하면 근로의욕이 올라갑니다. 사기도 향상될 뿐만 아니라 「내회사」라는 주인의식이 저절로 생깁니다』 成사장은 IMF와 같은 엄청난 시련이 닥쳐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있는 한국수중개발의 저력은 바로 주인의식으로 무장된 끈끈한 노사관계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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