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장기 대외신인도 영향줄수도

"당장 국내경제 직접적 영향 없다" 낙관 불구 해외투자가 판단땐 '리스크' 요인

지난 2001년 7월 아르헨티나가 극심한 외환위기에 허우적거릴 때 투자회사 취리히파이낸셜의 유명한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헤일은 “아르헨티나가 미국과의 군사적 관계를 맺는다면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아르헨티나를 경제위기에서 건져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칼럼을 파이낸셜타임스에 쓴 적이 있다. 97년 말 한국이 국가부도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한국을 도와주지 않겠다던 미 재무부를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설득했고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이 나서 한국을 파산 직전에서 구한 사례는 군사적 동맹과 경제협력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의 경제적 영향을 단순히 국방비 증액이나 미군기지 주변 상가 불황의 차원에서 보는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경제관계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외교ㆍ군사적 관계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1만2,500여명 감축계획은 당장 국내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대외신인도가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 특히 감축시기가 오는 2005년 말로 당초 예상보다 빨라진 만큼 자주국방을 위한 예산 조기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재정부담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다. 존 체임버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이사는 “주한미군 감축이 결정됐지만 현재 ‘A-’로 평가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며 하지만 재배치가 아닌 대규모 감축이 현실화된 만큼 해외투자가들이 국내 안보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중장기적인 대외신인도에 변화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5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될 경우 한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신인도를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단적인 예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해 안보 불안감이 형성될 경우 외국인투자가들에 한국 리스크의 한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인의 대한 투자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21억3,0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금액의 70%를 차지하고 93~2003년 국내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47%가 미국계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한미관계의 현안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냉전 종식 ▦9ㆍ11 테러 등에 따른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 안보 불안과 한미 동맹관계에 균열이 발생했고 이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장 내년부터 국방비 대폭 증액이 불가피하다. 올해 기준으로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8% 수준. 국방연구원에 따르면 자주국방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3.2%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앞으로 10년간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전력투자비만 해도 2010년까지 ▦장거리 감시 및 정밀타격체계에 19조원 ▦고속기동 전력 등 신속대응전력에 33조원 ▦전면전 대비 상비 및 동원전력에 12조원 등 총 64조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게 국방연구원의 추산이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주한미군 2사단 대체비용에만 55조원이 들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 미국산 첨단무기의 대량구매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우리 군은 사업비가 2조원대에 이르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4대 도입 등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다 미군이 빠져나갈 용산기지 이전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이전비용을 29억5,7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40억1,800만달러(4조8,000억원)로 상정하고 있다. 부지매입비 2억1,700만달러(2604억원), 통신기반시설비 4,000만달러(480억원) 등이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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