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계-토종 증권사, 증시 이슈 '맞짱'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가주요 이슈에서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논쟁을 벌이며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다. ◆조선 경기 고점 논쟁 =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선해운 리서치업체인 클락슨이 집계하는 주간 단위 선박 가격이 30개월만에 하락한 것을 놓고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와 대우증권이 벌이는 조선경기 고점 논쟁이 치열하다. 초대형유조선(VLCC) 가격은 6월 첫째주 1억3천만달러에서 둘째주 1억2천600만달러로, 3천500TU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6천300만달러에서 6천100만달러로 각각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조선업체의 주문 추이가 조만간 고점을 치고 사상 최고치까지 오른 선가도 곧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도 골드만삭스에 비해선 다소 덜 공격적이지만 "향후 1∼2년안에 신조선 수요는 중동지역 발주가 지속될 LNG선을 제외하면 소폭이나마 줄어들 가능성이높다"며 "따라서 한국 조선업체들의 가격결정력도 위축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대우증권은 클락슨의 수치 집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해상운임의 하락은 기조적인 상황이 아니라 비수기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VLCC 수주계약은 대우조선해양의 1억2천800만달러가 마지막 계약이었는데 클락슨은 그 다음주인 6월 첫째주에 1억3천만달러로, 둘째주에 1억2천600만달러로 공시해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3.5년치의 일감을 갖고 있는 조선업체 입장에서 선가를 떨어뜨려서수주를 할 조선업체는 거의 없다고 대우증권은 강조했다. 대우증권은 해운업 비수기인 6∼7월에 VLCC 선가가 1억2천만∼1억3천만달러에서횡보하다가 7월 하순 이후 2차 상승하기 시작해 연말에는 1억4천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주가는 조선경기 정점론에 놀랐다. 14일 주요 조선업체 주가는 5∼11%폭락했다. ◆낸드플래시 논쟁 =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들은 메릴린치가 지난 7일 터뜨린 '낸드플래시 폭락론'을 놓고서도 이미 1차전을 치른 상태다. 메릴린치는 낸드플래시의 최근 가격동향을 '비정상적 고수익'으로 규정하고 조만간 공급 과잉국면에 빠져들면서 연말까지 40%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음날에는 도이치증권이 역시 연간 15%의 공급과잉을 예상하며 폭락론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주가에는 직격탄이 돼 지난 3일 48만8천원이던 주가가 연이틀 하락하며 47만원대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국내 증권사들은 "하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면서도 "시장확대를 위한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가격폭락이 마치 곧바로 대규모 실적악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식의 시나리오에 반론을 제기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낸드플래시의 단가 하락률이 47.2%에 이르지만 2006년 하반기부터는 단가하락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시장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2.4분기평균 영업이익률 40% 내외를 놓고 비정상여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사업의 속성을파악하지 못한데 기인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이번 '낸드플래시 논쟁'에서 일단 부정적 전망을 제기한외국계가 적어도 단기전에서는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간 '하반기 실적개선' 일색의 전망 속에 묻혀있던 낸드플래시의 하락 가능성을 전면에 부각시키는데 성공했고 강하게 반박하던 삼성전자도 결국 사흘만에 1조9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으로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 전망 =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경기와 증시에 대해 경고음을울렸지만 아직까지는 '매수' 의견을 내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이 우세한 분위기다. 외국계의 대표적 비관론자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이 회사 유동원 상무는지난 10일 향후 6개월 목표지수로 795~800선을 유지했다. 유 상무는 "채권수익률이 계속 부진한 것은 향후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신호"라며 "지금 한국 주식을 팔라"고 조언했다. 역시 한국경제에 대한 보수적 시각으로 이름높은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달 말 한국 경기가 아직 바닥을 지나지 않았으며 내년에는 중국경기가 조정을 받으면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증시에 대해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자리잡은 도이치증권의스티브 마빈도 일찌감치 연초에 `셀 코리아'라는 선정적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실제 국내 경기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고 성장률5%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들의 분석이 맞아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증시 전망 측면에는 하반기 지수가 1,100∼1,2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이 미소를 지을 만하다. 삼성증권은 최근 "하반기에 지수가 최고 1,176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며주식 비중확대를 강하게 권유하고 나섰다. 현대증권도 하반기 최고 1,130선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대우증권은 올 4.4분기에 1,200선까지 상승한 뒤 내년 초반까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수가 하반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데도 900선을 지키며 1,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김종수 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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