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처이견·업계 이해상충에 주요 프로젝트 표류/항공산업이 흔들린다

◎후속대책없이 99년께 일감 거의 고갈/정책불재로 잦은 계획변경·시행착오/업체들은 수요없는 헬기만 집착 문제항공산업이 흔들리면서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부처, 업체간 이해상충 등으로 생산기종 및 수량, 소요재원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중요정책프로젝트들이 표류하고 있다. 일감도 오는 99년이면 대부분 고갈되지만 후속물량에 대한 대책이 서있지 않은 실정이다. 항공업체들은 그동안 1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4천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운영하고 있으나 항공산업의 표류로 인해 고급인력이 유휴인력으로 전락하고 항공산업이 퇴락위기의 기로에 서있다. 정부는 2005년까지 항공부문에서 1백억달러를 생산, 세계 10대 항공기생산국으로 진입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지 실천방안이 뚜렷하지 않고 계획변경이 잦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정책부재로 업체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형항공기프로젝트=성사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 중형항공기프로젝트는 당초 한중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가 양국간 협상결렬로 중단된 후 국내항공업체와 유럽의 에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1백인승을 제작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네덜란드 포커사인수도 무산됐다. 중형항공기사업을 위해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빅4와 중소부품업체 등 35개사로 구성된 중형항공기개발조합(KCDC)이 구성됐지만 정부가 당초 12억달러의 개발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발을 빼면서 사업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있다. 항공업체들은 『중형항공기사업은 위험부담이 커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항공산업육성을 위한 의지나 비전이 없다는 지적이다. 합작파트너인 에어사와의 협상을 주도할 한국의 단일법인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전투기사업(KFP)=항공업계의 가장 큰 물량이지만 오는 99년이면 일감이 모두 끝나 업체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KFP사업은 오는 99년까지 1백20대의 F16전투기를 보유한다는 한미간 합의에 따라 12기는 완성품을 도입하고 36기는 조립생산, 나머지 72기는 기술을 도입해 생산하게 된다. 현재 삼성항공이 주조립업체,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등이 부품납품을 하는 기술도입생산단계에 있지만 후속물량에 대한 대책이 없다. ◇고등훈련기사업(KTX2)=당초 2003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백여대를 보유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재경원이 재원부족을 내세워 사업이 지체돼 2005년부터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항공은 한미간 KFP사업에 따른 오프셋(대응구매계약)계약으로 고등훈련기사업추진을 위해 기본설계를 마치고 인력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사업성 재검토에 따른 사업지연으로 애를 먹고 있다. KFP사업종료후 KTX2 생산때까지 5년간 공백이 생겨 생산라인이 정지될 위기에 있다. ◇다목적 헬기사업=정부부처간 이견으로 장기표류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용헬기와 민수용헬기는 개발초기 설계개념에서부터 다르고 군수용은 민수용에 비해 막대한 개발비가 든다며 겸용생산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통산부는 『민수용 수요는 2005년까지 2백대에 불과하다』며 『3백대에 달하는 경전투헬기 소요물량을 통합하여 개발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전투헬기사업=지난 90년7월 정부의 항공산업 전문화 및 계열화정책에 따라 대우중공업이 주계약업체로 선정됐으나 사업추진과정에서 정부가 사업을 전면재검토,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국방부는 당초 1백48대의 경전투헬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정책결정권자의 잦은 교체와 작전개념의 변경에 따른 수요축소 등으로 6차례 계약물량을 변경, 99년까지 12대만 생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있다. ◇업체간 과당경쟁=헬기사업이 대표적이다. 국내수요가 거의 없는 헬기에 대해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빅4가 경쟁적인 기술도입생산으로 막대한 면허료와 기술료를 지불,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정부가 당초 항공산업의 전문화 계열화를 내세우며 ▲차세대전투기사업 및 고등훈련기사업(삼성항공) ▲경전투헬기 및 초등훈련기(대우중공업) ▲UH60헬기(대한항공) 등에 대한 교통정리를 한 것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대우중공업의 경우 보령에 3천억원을 들여 30만평 규모의 헬기전문공장건설을 검토중이다. 대한항공도 2010년까지 1조2천억원을 들여 인천 율도에 85만평의 헬기공장을 짓는다는 야심이다. 삼성항공도 F16후속물량이 불투명해지자 일감확보를 위해 미국의 벨사와 B427헬기를 공동개발하기로 하고 사천공장에 2천4백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뒤늦게 참여한 현대우주항공도 99년까지 1조2천억원을 들여 서산에 60만평 규모의 항공우주생산기지를 건설, 소형항공기 인공위성본체를 비롯 헬기 등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업체들의 경쟁적인 대규모투자는 중복투자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가져올 것으로 항공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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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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