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3월 29일] 비리의 경제학

국내총생산(GDP) 세계10위를 자랑하는 나라, 민주주의가 남부럽지 않게 꽃피는 대한민국, 최근 발생한 세계적 경제위기 과정에서 세계의 리더 그룹(주요20개국ㆍG20)으로 껑충 올라선 나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동계올림픽 성과 등…. 이렇게 잘나가는 대한민국에서도 부정부패는 여전히 골치 아픈 어젠다이다. 지난해 용산구청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적발된 사회복지지원금 횡령, 올 초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드러난 파렴치한 국가유공자 등록, 인사 문제를 둘러싼 교육비리 등은 분명 빙산의 일각일 따름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이런 일들에 언론은 연일 지면을 할애하고 국민들은 질타를 쏟아내지만 이런 것들은 늘 그때뿐, 곧 망각의 그림자 뒤로 사라진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비리 이익 적발시 불이익보다 커 부정부패는 그간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우리 사회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일까. 비리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우선 투자 대비 산출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공무원에게 몇 백만원 찔러주면 또는 그 이상의 액수를 주더라도 일단 일이 성사만 되면 몇 십배, 몇 백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은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부정부패 적발 확률이 매우 낮다고 판단할 때 이것이야말로 저위험ㆍ고수익 투자다. 한편 공무원 내부비리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만지는 예산은 많은데 마침 감시망도 허술해 보이니 몰래 한두 번 손을 대보다 상급자도 모르고 지나가고 감사(監査)도 없고 하니 계속 그 길로 나가는 것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결국 비리발생 가능성은 그에 따라 발생되는 이익과 적발됐을 때의 불이익, 그리고 적발 가능성과 함수관계에 있다. 발생되는 이익이 클수록, 적발됐을 때의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또는 유사하다 하더라도 적발 가능성이 낮을 때 비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리 발생의 원인이 그렇다면 비리를 척결의 해답도 비교적 간단하다. 즉 비리가 적발됐을 때 불이익을 많이 주고 적발 가능성을 높이면 없애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리 적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비리를 저질러서 받게 될 불이익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하겠는가. 적발 가능성이 없다면 비위행위를 억제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감사원이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은 한마디로 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기관 자체감사기구의 권한과 기능을 대폭 강화시키는 법률이다. 부패방지 이론에 따르면 부패행위는 그 행위와 기능적ㆍ장소적으로 가장 근접한 곳에 있는 사람이 적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는 각 기관에 자체감사 또는 내부감사를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체감사기구는 그동안 기관장에게 예속, 순환보직 때문에 전문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이 같은 자체감사를 개혁하지 않고 아무리 부패척결을 외쳐본들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리 만무하다. 인원 확충등 자체 감사 강화를 그런데 이번에 제정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은 자체감사의 독립성ㆍ전문성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둔다고 한다. 이를 테면 자체감사 책임자에 대해 엄격한 자격요건을 두고 외부전문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며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자체감사 담당자에게는 강력한 자료 요구권한, 서류의 강제 징구권 등을 줘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감사원과 자체감사기구가 서로 역할분담과 협조체제를 구축,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춘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 법의 제정은 최근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토착비리ㆍ교육비리ㆍ권력비리 등 3대 비리의 척결과 맥을 같이 한다. 즉 비리척결을 위한 제도적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앞으로 남은 점은 제도적 투자 외에도 자체감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인원 확충 등 인적ㆍ물적 투자다. 투자 없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는 없다. 공공기관 감사에 관한 법률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얼마나 변화할지 기대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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