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느 중년 투자자의 분노

기사 작성에 정신 없던 오후 2시30분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독자라고 신분을 밝힌 그는 다짜고짜 “기사를 보니 D증권사가 S주식을 사라고 권한다기에 샀더니 바로 그 증권사가 그날 가장 많이 S주식을 팔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혹스러웠다. 증권사들이 유망종목을 추천할 때 해당종목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음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식을 팔려는 투자자들이 공교롭게 D증권사에 많이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는 단순한 매매 창구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독자가 제기한 의혹을 그냥 접어버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장이 어려운 만큼 증권사 지점마다 떠나려는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 혈안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미리 매수 추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노한 독자가 제기한 의혹은 이렇다. 증권사들이 매수추천 종목을 언론에 배포하는 날, 다시 말해 보도되기 바로 전날, 지점 고객에게 해당 주식을 사라고 권한다는 것. 다음날 언론에 기사가 나가면 해당 주가는 기사를 본 개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오름세를 타게 된다. 이제 증권사들은 전날 매수 추천했던 종목을 이날 오후께부터 지점 고객에게 팔라고 부추긴다. 뒤늦게 상승장에 합류하려던 개미들은 증권사가 쏟아내는 매도물량 탓에 낭패를 보게 되고 해당 증권사 고객은 시세차익을 본다. 실제로 신문에 기사가 실린 날을 D데이로 설정해 D증권사의 매매동향과 S주식의 주가추이를 살펴보면 D-1일 3만5,000주 매수ㆍ5.49%상승D데이 7만9,000주 매도ㆍ0.89%상승D+1일 4만5,000주 매도ㆍ2.21% 하락의 흐름을 보였다. 특히 D+1일 S주식 매도물량의 25%가 매수를 권했던 바로 그 증권사 창구를 통해 이뤄졌다. D-1일에는 이 증권사의 S주식 매수량이 매도량보다 6배나 많았다. 물론 투자의 일차적 책임은 본인 몫이다. 그럼에도 독자의 하소연을 그냥 흘려 버리기 힘든 것은 이런 이상 매매가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나게 된다. <이상훈기자(증권부)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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