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회사채시장 찬바람 부나

매파로 변한 신평사 내달부터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예상

A등급 이하 거래·발행량 줄 듯 KT, kt ens 재무지원 거부도

투자심리 위축 불러올 가능성


올 들어 햇살이 가득했던 회사채시장에 다음달부터 '꽃샘추위'가 시작될 분위기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오는 4월부터는 회사채 신용등급 강등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또 KT가 자회사 kt ens에 대한 재무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안전한 회사채에만 투자하려는 심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SK C&C(AA0)는 최근 2,5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과 관련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5,500억원의 물량이 청약돼 발행량을 500억원 늘렸다. 현대하이스코(A+)도 전날 수요예측에서 2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에버랜드(AA+), GS칼텍스(AA+) 등 이번주 수요예측을 실시한 주요 기업들도 무리 없이 시장에서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하지만 다음달 전망은 밝지 않다. 12월 결산법인들의 지난해 실적 결산이 완료돼 신평사들이 정기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이번 정기평가에서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 예정이어서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회사채가 상당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현대상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무려 3등급이나 떨어뜨렸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을 제외하고 한 번에 신용등급을 세 계단이나 강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신평사들은 동양그룹 사태 이후에도 기업 신용등급 평가에 온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최근 '매파'로 변모하는 분위기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평사들을 보면 '밀린 숙제'를 한 번에 하는 것처럼 그동안 강등을 미뤄왔던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일거에 조정하고 있다"며 "이번 정기평가에서도 상당한 신용등급 강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달부터 정기평가가 진행되면서 A등급 이하 회사채는 거래가 부진하고 발행량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AA-등급도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T가 자회사 kt ens에 대한 재무지원을 거부한 것도 회사채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의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AA-)는 3년 만기물 200억원, 5년 만기물 3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3년 만기물이 모두 미매각됐다. 또 5년 만기물에 청약을 했던 한 외국계 금융사가 청약자금을 내지 않아 취소됐다. 결국 500억원의 물량 모두 팔리지 않은 것이다. 한국복합물류의 자체 신용등급은 'BBB+'이지만 CJ대한통운이 지급보증을 서기로 하면서 회사채 신용등급이 'AA-'로 크게 올랐었다. 하지만 KT 사건을 겪은 투자자들이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투자대상을 모색하면서 한국복합물류의 회사채가 모두 미매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복합물류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대신증권 관계자는 "KT 사건으로 인해 대기업이 보증하는 계열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앞으로 신용평가사들이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 독자신용등급평가 혹은 유사한 수준의 잣대를 들이민다면 대기업 계열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움츠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담당자 역시 "KT 사건과 신평사들의 태도 변화가 회사채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실적이 좋지 않은 대기업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