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지아니 예처 아트바젤 '언리미티드'전 큐레이터, "전시회 이젠 예술·상업성 아울러야죠"

비엔날레급 대형 설치작품 아트페어에서도 특별 전시

작가 성장성 평가기회 제공

경제 헤게모니 변화따라 미술계 亞 영향력 커져

양혜규 작가의 작품아래에 선 지아니 예처 아트바젤 특별전 '언리미티드' 큐레이터. /사진=조상인기자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를 상업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commercial and noncommercial)으로 억지로 구분해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나누는 게 구시대적이라 여겨질 정도라니까요."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의 주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맨 먼저 만나는 것은 상업화랑들의 부스가 아닌, 비엔날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영상작품과 대형 설치작품으로 구성된 '언리미티드'전이다. 특히 입구 한가운데는 재독 한국작가 양혜규의 넓이 800㎡(약 242평), 높이 10m 짜리 블라인드 설치작품 '서사적 분산을 수용하며-비 카타르시스 산재의 용적에 관하여'가 관객을 맞고 있다. 미국 조각의 거장 칼 앙드레는 100m 넘는 철판 작품으로, 지난해 베르사유궁에서 전시한 이탈리아 자연주의 미술가 주세페 페노네는 속 파낸 나무통을 이어붙인 설치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현재 베르사유 궁전에서 전시중인 이우환은 돌과 철판으로 이뤄진 설치작품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었다.

관련기사



이 비엔날레급 특별전의 기획을 의뢰받은 지아니 예처(45·사진) 전 주 뉴욕 스위스인스티튜트 디렉터는 17일(현지시간)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이번에 참여한 78명의 작가들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작가들로, 이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대규모 전시 기회가 필요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잘 나가는(hot)'이라는 표현은 예술적 평가와 상업적 성과를 아우른다. 즉 갤러리부스에서는 집게 걸기나 실내 설치 가능한 작은 작품들을 선보이지만, 그들의 예술적 진면목은 이 같은 대형 전시로 보여준다는 뜻이다. 예처 큐레이터는 이에 대해 "해당 작가의 핵심(core)을 보여주는 것이며 규모도 크지만 그 질적 수준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순수하게 예술성 만을 배려한 말이지만, 이를 통해 작가의 성장 지속성과 시장 전망을 잘 따져보라는 행간의 의미가 숨어있는 말이기도 하다.

예처 큐레이터는 "아트페어의 목적이 작품을 사고파는 것이지만 점차 아트페어도 혁신이 필요해졌고 고객들 역시 신선한 볼거리를 원하게 됐다"며 '언리미티드'전의 의미를 소개했다. 실제로 주최측은 언리미티드의 대형 설치작품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메인 부스를 줄이고 참가 화랑의 숫자를 감축하는 것까지 감행했다. 부스비는 아트페어 주최측의 수입과 직결되는데도 말이다. 또한 그는 "융합을 추구하는 유연성과 융통성은 동시대미술(컨템포러리)의 중요한 운영원리 중 하나"라며 "순수하게 예술성만 주목하는 비엔날레들도 상업 갤러리에게 의지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을 미술계는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경제 헤게모니의 변화 영향이 예술계에도 미치고 있다"고 전제하며 "아트바젤이 홍콩으로 진출한 것도 경제력을 기반한 아시아 시장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고 아시아 미술, 아시아 작가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특별전을 중국을 위시한 신생 미술관의 수요를 염두에 둔 고도의 상업전략이라 꼬집기도 했다. 문화경쟁력이 화두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 건립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앞으로 1,000개 이상의 사립미술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갤러리부스에는 작품문의를 의식하는 듯 화랑 명패와 같은 크기로 '언리미티드' 출품 작가의 이름을 내걸어 놓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