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도의 효용이 끝난 출자총액제한

내년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 4대 졸업기준이 새로 도입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면 LGㆍ포스코 등 5~6개 그룹이 출자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대기업 집단이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기업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대상 기업집단은 22개로 이미 삼성ㆍ롯데 등 5개가 부채비율이 100%를 밑돌아 출자규제를 받지않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새 기준이 적용된다면 10여개 그룹이 규제를 받지않게 되는 것이니 적용 대상 기업집단 중 절반가량이 제외되는 셈이다. 새로운 기준에 의해 절반가량이나 되는 많은 그룹이 제외된다면 공정위 측의 기존 입장이 많이 누그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그룹이 제외되는 규제라면 아예 폐지하는 것이 나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출자총액규제는 예외인정 확대로 유명무실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정보기술 등 4대 신산업에 투자할 경우 적용을 배제하겠다고 한데 이어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투자에 대해서도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었다. 지난 1년간 재벌그룹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 제외나 예외 인정을 받은 출자액이 출자총액의 순증 규모의 두배에 달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를 두고 공정위측은 출자총액제도 때문에 투자를 못하겠다는 대기업의 반응이 앞뒤가 맞지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달리 보면 있으나마나 한 제도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 제도를 존속시켜 대내외적으로 한국에서 기업 투자가 부진한 이유의 상징으로 만드는 것인가. 공정위와 여당측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시장 개혁의 후퇴를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에 대한 잘못 되거나 안이한 인식의 소산이다.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출자총액을 규제하려는 것은 외환위기 이전에 무분별한 과잉투자가 횡행할 때나 맞는 얘기다. 외환 외기 이후 계열분리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거친 대기업들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한 내부 통제시스템 강화로 업종다각화와 투자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굳이 투자를 늘리려면 까다로운 국내의 규제를 피해 환대받는 해외에 투자하려는 추세다. 외국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 국내 투자를 장려해도 어려운 판에 별로 실효성이 없는 출자총액규제로 투자의욕을 꺾어서야 될 말인가.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 대기업에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국내기업만 옥죄는 역차별의 부당성은 말할 것도 없다. 공정위는 4대 졸업기준을 만들어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규제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하나 이런 조건을 달지않더라도 사외이사와 집단소송제ㆍ공시제도개선 등 다른 제도로도 기업들의 잘못된 투자를 얼마든지 감시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공정위가 졸업요건의 하나로 내세운 소유권과 지배권의 괴리도도 새로운 논란 거리가 될 위험성이 있다. 인위적으로 괴리도를 낮추려 할 경우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해할 수 있다. 유명무실해진 출자총액규제 지키기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히 출자총액규제를 폐지, 투자활성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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