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박석휘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부문 대표

"친환경·고품질 농산물로 외국과 경쟁"<br>애국심 호소대신 국민입맛 사로잡는 제품 제공<br>도매마케팅 전담조직 설립… 유통 안정성 강화


[월요초대석] 박석휘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부문 대표 "친환경·고품질 농산물로 외국과 경쟁"애국심 호소대신 국민입맛 사로잡는 제품 제공도매마케팅 전담조직 설립… 유통 안정성 강화 • "팜스테이서 농촌체험 하세요" • 박석휘 발자취 “이번 설은 온 국민이 우리 농산물을 아끼고 소비하는 명절이 되길 바랍니다. 농협은 국민들의 입맛에 맞는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참살이(웰빙) 트렌드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점점 확대됨에 따라 친환경ㆍ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박석휘(사진)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부문 대표이사는 “올 하반기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 해외 농산물의 수입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 우리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산 농산물의 품질을 향상하고 유통과정에서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최고지만 애국심이나 동정심으로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달라고 부탁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소비자들이 전국의 농협 매장을 통해 믿고 살 수 있는 토종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우리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도매마케팅 전담조직을 설립하는 등 농업경제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주5일 근무제 확대로 도시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농촌 관광산업 개발에도 더욱 힘쓸 것을 다짐했다. -이번 설이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는 계기가 되기 위한 농산물 소비확대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앞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될 경우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외국 농산물과 차별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과거 생산자 위주의 농산물이 아니라 국민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게 농산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더 이상 애국심에 의존하지 않고 품질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지에서 재배하는 단계부터 포장ㆍ저장ㆍ유통 등 전단계에 있어 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생산만 잘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포장상태가 시원찮으면 제값을 못 받습니다. 농산물이지만 다른 공산품과 같은 수준으로 상품화해야 합니다. 이번 설에 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해 농협 전조직이 참여하는 농축산물 대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8일까지 보름 동안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이번 행사는 농협 판매장에서 3,000억원 가량의 농축산물을 특별판매하고 식품위생과 안전점검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또 올해는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의 공급을 더욱 확대해 신규수요를 만들 계획입니다. -농협의 가장 큰 역할이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것인데 농산물 판매확대를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소비자들이 손쉽게 우리 농산물을 접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더욱 확충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대형 유통센터와 연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농협은 지난 98년부터 농산물 유통단계를 5~6단계에서 2~3단계로 대폭 줄이고 대형 할인점과 같이 편리한 쇼핑기회를 제공하는 종합?堉씽?11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로마트 2,200개와 농산물공판장 88개소 외에 ‘농협e쇼핑’을 가동 중입니다. 오는 2007년까지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종합유통센터 13개소, 300평 이상 규모를 갖춘 하나로마트 200개소를 추가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농협e쇼핑 내 e-하나로클럽을 기존 매장과 연계해 당일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농산물을 상시로 제공하는 도매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 도매전담조직을 만들어 조합에 안정적인 출하처를 제공하고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도록 하겠습니다.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괴리가 큽니다.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인데 유통 부문 물류비 절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입니까. ▲쌀ㆍ과일 등은 가격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기후에 가장 예민한 무ㆍ배추 등 채소류들입니다. 인건비ㆍ수송비 등은 고정돼 있어 농민들에겐 남는 것이 없고 소비자들은 비싸게 주고 사먹습니다. 농산물 상품화 진전으로 매년 농산물 물류비가 크게 증가해 농업 생산액의 24%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7월 수송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물류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통해 실시간 물류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산화를 통해 지방에서 올라온 화물차가 어디쯤 와 있는지도 알 수 있으며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때도 물건을 담고 가기 때문에 물류 효율화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농사짓는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농업인들의 생산활동 지원내용을 말해주십시오. ▲농업인의 영농에 필요한 비료ㆍ농약ㆍ농기계ㆍ유류 등 자재를 직접 생산하거나 생산업체로부터 대량으로 구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가령 비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남해화학을 인수,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비료의 90%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제조업체로부터 전량 구입해오던 농약사업에 시범적으로 진출해 농약가격 인하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현대오일뱅크와 협약을 체결해 농협을 통해 제주 지역까지 유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유류를 구입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자재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으로 농업인들의 영농비를 줄일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지난해 말 쌀 협상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쌀 시장 개방이 유예됐습니다. 그러나 쌀 시장에서 외국산 유입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 쌀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쌀 시장 개방으로 농민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소비자 시판입니다. 추곡수매제에 대한 국회 동의제도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가 도입되는 등 양정제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농협은 자체 쌀 매입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정부 수매량 감소를 보완하고 쌀 소득보전금 지급으로 농업인의 쌀소득 감소분을 보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렁이농법ㆍ오리농법 등 농약을 전혀 안 쓰는 자연농법을 통해 쌀의 친환경ㆍ고품질화를 이뤄내겠습니다. 품질 차별화를 위해 ‘농협 명품 브랜드쌀 개발’에도 더욱 전념할 계획입니다. -쌀 시장 개방만큼 큰 문제가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인데 대책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1인당 82㎏, 즉 한 가마를 먹었다는 통계가 있는데 실제로는 더 적을 것입니다. 앞으로 2~3년 뒤에는 이보다 더 줄어들 것입니다. 이제는 쌀의 브랜드화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금은 쌀 브랜드가 1,000개가 넘을 정도로 너무 많은데 앞으로는 이것을 통일시키고 차별화할 생각입니다. 쌀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식품연구소를 두고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종합유통센터와 하나로마트에 쌀 빵, 쌀 케익 등 쌀 가공 제품 판매코너를 설치해 소비촉진운동을 펴고 있습니다. 쌀 이외에 과자와 잼ㆍ과일주스 등 가공식품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농협 쌀 포장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했는데 올해도 이 같은 공모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제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작명이나 제품포장이기 때문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시도입니다. -경쟁력 있는 농산물의 외국판로 개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이미 일본ㆍ중국ㆍ홍콩ㆍ유럽 등에 해외사무소가 설치돼 있습니다. 농산물 수출을 위해서는 지역별로 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일본에서는 야채와 김치 등이 인기가 있습니다. 홍콩은 인삼제품, 유럽 사람들은 배를 아주 좋아합니다. 조만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한국농산물 전시장을 만들 예정이며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해 이를 전담하는 조합 100곳을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물론 수출농가에 대한 지원?포함된 것입니다. -최근 웰빙 확산으로 친환경ㆍ안전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데요. ▲웰빙 추세에 맞추기 위해 산지에서는 오리농법ㆍ키토산농법 등 친환경 농업 확대를 위해 ‘환경농업교육원’을 통해 농업인에 대한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대도시 근교ㆍ중산간지ㆍ평야 등 입지유형별 발전모델을 개발ㆍ보급해 지역여건에 적합한 환경농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친환경농업팀을 별도로 설치하고 ‘친환경농업조합협의회’를 발족하는 등 친환경농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을 위해 지난해 복숭아ㆍ포도ㆍ딸기 등 10개 품목에 대해 재배방법, 품종, 농약 사용량 등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지에서는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내에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잔류농약 정밀검사 기능을 갖춘 ‘식품안전센터’를 설치, 3회 이상 농약기준치를 초과한 경우 농협판매장에서 판매되지 못하게 하는 ‘삼진아웃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농협 판매장에서는 안전한 농산물만 판매한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정리=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대담=김인영 경제부장 inkim@sed.co.kr 사진=이호재 기자 입력시간 : 2005-02-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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