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말 한마디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라면 미 금리가 다음번에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예측을 쉽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6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미국경제가 올해 적어도 3.5%의 성장률을 보이는 데 이어 내년에는 이보다도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특유의 모호한 발언을 통해 그가 달러 약세를 받아들였으며 달러 하락세를 시정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린스펀 의장이 당장 고인플레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예상대로 '미국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 패턴을 되찾는다면' 금리가 현 1.75% 수준에서 오래 머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국제경제 및 금리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한달 새 경제악화의 위험은 계속 가중되고 있는데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락의 여지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시되는 것은 미국 소비자들의 태도다. 이들이 최근의 증시추락과 그에 따른 순자산 감소, 부채증대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린다면 그린스펀 의장의 예측은 현실로 나타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가계저축은 늘어나는 한편 미 내수시장 수요는 줄어들어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다.
해외 사정도 그리 밝지 않다. 유로권은 유로화 상승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된데다 가계소비가 부진하고 정부가 단기부양에 나설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일본도 올초 경기를 이끌었던 수출이 약한 달러에 위협을 받고 있다. 결국 국제경제의 안정 여부는 미국가계에 달려 있는 셈인데 이들의 재정상태가 여유롭지 못한 가운데 상황은 불안정하고 당연히 각 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조만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희박하다. 금리인하는 ▦시장을 위협하고 ▦정부가 증시를 억지로 떠받치려 한다는 하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약한 달러가 자산시장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 장기적인 경제안정에 위협을 가하는 등 심각한 리스크를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보다 강력한 신호가 나타나기 전에는 금리를 방치해둘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의 불확실성 덕분에 일본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셈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는 데 그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7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