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회사가 `가상계좌`에 대한 특허권을 따내 국내 은행들의 가상계좌 거래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가상계좌란 주거래은행에 한 개의 모(母)계좌를 개설한 후 거기에 수많은 `딸린(子)계좌`를 열어 한 계좌를 통해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래시스템을 말한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월28일 인터넷 전자금융회사인 웹캐쉬가 특허청으로부터 `가상계좌`에 대한 비즈니스모델(BM)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로써 그동안 은행과 제2금융권, 홈쇼핑과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결제를 위해 이용해오던 가상계좌업무에 대한 특허권은 전부 웹캐쉬로 넘어가게 됐다.
원래 가상계좌는 지난 1990년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지점이 많지않은 소규모은행들이 지역의 작은 금융기관들과 연계해 네트워크를 늘리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98년 동남은행과 동화은행 등 소규모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점네트워크를 보충하기 위해 지방의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과 연계하는 가상계좌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동남은행 등이 문을 닫자 이 은행에서 가상계좌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웹캐쉬라는 인터넷 전자금융 업체를 차리게 되고 가상계좌에 대한 국내 BM특허를 지난 2002년 3월 출원했다. 그리고 지난 1월 특허청은 웹캐쉬의 BM모델에 대해 특허승인을 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 소규모 금융기관과 제휴해 네트워크망을 넓혀온 국내 시중은행과 가상계좌를 이용해 전자상거래 결재를 해오던 홈쇼핑과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모든 거래를 할 때마다 웹캐쉬에 특허사용료를 내야할 형편이 됐다. 연간 약 200조원에 이르는 국내의 전자상거래 규모와 가상계좌를 이용한 은행과 증권사와의 거래, 은행과 제2금융권과의 거래 등을 감안하면 웹캐쉬는 이번 특허로 인해 적지 않은 수입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대한 금융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상계좌는 은행의 자동화기기업무처럼 일반화된 금융거래 업무”라며 “이런 것이 BM특허가 된다면 예금과 대출 등 모든 일반 금융거래도 특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허권에 대한 이의제기를 위해 전 금융권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 특허출원으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도 엄청난 저해요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