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9일 개봉할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는 소재 고갈로 동양 문화에 눈을 돌린 할리우드의 한 단면을 가늠케 해 주는 영화다. `가을의 전설`등을 감독했던 에드워드 즈윅이 메가폰을 잡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지만 무대가 일본이며 검을 휘두르는 사무라이의 모습이 화면 전반을 장악한다. 때는 메이지(明治) 일왕이 열도의 지배자로 나선 1870년대 경. 남북전쟁이 끝난 뒤 사격술 시범 등으로 소일하던 미군 대위 네이든 알그렌에게 태평양 건너에서 한 일본 고위 관료가 찾아온다. 알그렌은 군대 교관으로 일해 달라는 그의 제안을 받고 일본으로 건너와 신식 사격술을 교습한다. 하지만 네이든은 훈련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부대를 이끌고 저항 세력인 무사 집단과 맞섰다가 되려 포로가 된다. 이후 네이든은 사무라이들의 마을로 끌려가고, 이들의 삶과 검술을 접하면서 점차 무사 정신에 매료되고 만다. 칼과 활을 앞세운 사무라이들이 총포로 무장한 신식 군대와 격돌하는 장면은 사실성 여부를 떠나 볼만한 편. 와타나베 겐을 비롯한 일본 배우들의 연기와 톰 크루즈의 검술 솜씨 역시 합격점 수준이다. 하지만 `웅장한 화면`에 필적할 만한 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없는 게 영화의 약점. 감독 및 주연 배우 모두는 제작에 앞서 `무사도`를 그토록 탐독했다고 밝혔으나 영화 속 관객에게까지 이입될 개연성은 보기 어렵다. 서양 문명의 잔혹성에 지친 한 서양인이 동양 문명의 터전에서 삶의 전이를 발견했다고 하기엔 영화 속 에피소드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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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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