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오락가락 공공기관 재지정… 애꿎은 고객 혼란만 가중

산은·기은 정책금융 강화땐 소매금융 위축 불가피

이쯤 되면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공공기관 재지정 방침에 고객들도 혼란스러울만하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지 2년 만에 다시 재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소매금융 부문의 위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전임 행장 시절 저리의 파격적인 가계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책금융을 강화하는 금융당국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개인 고객들이 누렸던 혜택은 줄어든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공공기관 관리가 가져온 또 다른 그늘인 셈이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기은 등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두 은행의 민영화를 원활하게 추진할 목적으로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했지만 새 정부 들어 민영화가 중단된 만큼 원상 복귀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된 후 두 기관의 실적이 뒷걸음질 친 반면 복리후생 수준은 올라가는 등 방만 경영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 경영진의 연봉을 정부 방침에 따라 깎을 수 있고 인건비·업무추진비·복리후생비 등 주요 경영 현황도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경영이 투명해지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공공기관 재지정으로 애꿎은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소매금융의 위축이다. 두 기관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라 가계대출과 같은 소매금융을 향후 늘릴 수 없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 이 같은 금융당국의 방침은 더욱 강제력을 갖게 된다.

관련기사



산은은 2010년 강만수 전 회장이 부임하면서 이듬해 고금리 대출 상품인 다이렉트 뱅킹 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매금융 부문의 일대 변혁을 불러왔다. 지점 방문 없이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이 상품에 9조7,000억원(2003년 6월 말)이 넘는 시중자금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산은은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이 상품에 대해 신규 가입을 받을 수 없다. 계열사인 대우증권에 들어섰던 복합점포도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10조원 가까운 돈이 몰렸던 다이렉트 예수금은 지난해 말 현재 8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기업은행 역시 전임 조준희 행장 시절 개인 고객 영업을 크게 늘렸지만 지금은 공격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을 더 이상 늘리지 말라는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개인 고객 수는 2010년 말 943만명에서 지난해 6월 말 1,213만명까지 늘었지만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 사실상 소매금융 부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 "기업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싸다"는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기업은행을 찾은 고객들 입장에선 혜택이 줄어든다는 애기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민영화가 중단됐고 방만 경영을 줄이기 위해 이들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2년 만에 다시 번복하는 것을 보면 과연 두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장기 전략이 서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