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업 '달러 캐리 트레이드' 제동… 글로벌 금융위기 선제 대응

[한·일, 외환규제 더욱 옥죈다] ■ '김치본드' 투자 사실상 전면금지<BR>기업들 너도나도 발행 늘리자 금융권선 달러자금 빌려 투자<br>"단기차입 급증등 부작용" 판단<BR>외국은행 본점 명의로 투자땐 제재수단 없어 실효성 논란도




한국은행이 김치본드 투자를 사실상 전면 금지한 것은 대기업들의 '달러캐리 트레이드' 관행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물론 금융권 단기 외화차입을 줄여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규제가 실시되면 정부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 8월 시행)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원천징수를 포함한 자본 유출입 방안 4개를 모두 실행하게 된다. 김치본드 규제는 나머지 세 가지 규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실질적인 규제대상이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들의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대상이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베팅한 외국인 투자가를 규제대상으로 하는 선물환 포지션 규제와 외국인 채권투자 원천징수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달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김치본드를 대거 발행해왔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금리인상으로 원화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자 대신 달러자금을 빌린 것. 김치본드 발행기업의 70%가량은 조달한 달러를 원화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단기 외화차입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김치본드는 통상 2~3년 만기로 발행되지만 이 채권을 사들이는 금융회사들은 해외에서 단기(1년 미만)로 달러를 빌려 투자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치본드 발행이 급증했던 올해 초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도 함께 늘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김치본드에 투자하기 위해 금융권이 조달한 외화자금의 상당 부분은 단기 차입"이라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붕괴돼 해외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경우 단기 차입이 많은 금융기관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김치본드 발행을 늘린 것은 지난해 7월 자본 유출입 완화 방안의 하나로 시행된 '외화대출 용도제한 강화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정부가 해외에서 사용할 용도인 경우에만 외화대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제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김치본드 발행이 급증한 것이다. 발행방식도 겉으로는 '공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상 금지된 '사모' 형태로 발행된다는 점도 규제의 배경이다. 김치본드 규제는 원화절상 압력을 낮추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금융권의 달러차입이 줄어들면서 달러공급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은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번 규제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싼 자금조달 창구를 잃어버리게 됐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김치본드 발행잔액은 134억달러에 달한다. 카드 등 여신전문회사(발행잔액 22억달러)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외은지점이 본점 명의로 김치본드에 투자하는 경우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은행 본점은 투자제한 대상인 외국환업무취급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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