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400억 피해… 충남경제 휘청/한보철강 당진공장은 지금…

◎상주인력 철수 식당까지 “썰렁”/공사현장 빚독촉 피켓만 가득/하청·재하청사 임금도 못줘 “걱정태산”한보철강의 부도로 당진군은 물론 충남일대 지역경제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한보로 가는 길은 썰렁하기 짝이 없고 당진군은 부도한파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협력업체들은 물론이고 이 일대 음식점, 수퍼마켓등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고있다. 한보 직원들은 구내식당에 물건을 납품하던 업체들이 납품 거부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끼니마저 걱정하는 상황을 맞고있기도 하다.당진일대 현장르포를 통해 한보부도의 후유증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충남 당진군에서 한보철강으로 가는 6백33호선 지방도로. 한달전만해도 하루 5백여대의 화물차량이 쉴새 없이 드나들어 한보철강 육상물류의 중추를 이루던 도로였다. 한보호 침몰 8일째인 30일 이 도로는 한보철강의 물류동맥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승용차만 드문드문 지나가는 한적한 시골도로로 변해버렸다. 아산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한보제철소 철강공장과 건설현장. 바다색과 조화를 이룬 푸른색 공장지붕 아래로 멈춰선 굴삭기와 크레인등 중장비가 겨울바다 바람속에 을씨년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B지구 공사장이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장 입구는 그동안 철강제품을 운반하던 운수회사들이 밀린 운임 지급을 요구하는 농성장으로 변해버렸다. 각종 플래카드가 어지렵게 나붙어 있고, 수십대의 차량이 무질서하게 주차해 있어 시장바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철강제품 생산에 들어간 A지구 공장도 생기를 잃은지 오래다. 쇠를 녹이던 전기로가 싸늘히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철근과 핫코일을 생산하는 2개의 생산라인이 설치돼 있으나 지난 28일부터 철근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생산라인이 멈춰선 것은 철근생산의 원료인 고철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 공장내부는 활활 타오르던 전기로 열기가 사그라들고 철근더미를 운반하던 크레인마저 덩그러니 멈춰서 부도여파를 실감케 하고 있다. 임창렬 재경원차관 등 정부관계자가 방문한 이날은 다행히도 전기로가 꺼지기 전 생산한 철근덩어리를 가느다란 철근으로 압연하는 작업은 재개됐다. 하지만 고철부족등으로 전기로를 다시 켜지못해 압연작업마저도 하루를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 한보철강에 따르면 원자재인 고철재고는 이날 현재 1만3천톤에 그쳐 핫코일 생산여력도 1∼2일분에 불과하다. 고철재고가 완전 바닥날 경우 그나마 철강공장 면모를 간신히 유지하던 핫코일생산 전기로마저 꺼진다는 얘기다. 한보철강 주변에 산재한 식당등 각종 유흥업소도 한보철강 부도여파에 휩쓸렸다. 그동안 밀렸던 외상값은 고사하고 손님마저 뚝 끊겨 8일째 개점 휴업상태에 놓였다. 제철소 입구의 식당주인 이모씨는 『중국집등 13개 음식점이 그동안 받지 못한한 외상식대가 무려 2억이 넘는다』며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한보부도로 인한 이 지역 피해규모는 지난 29일 현재 1백22개업체에 8백50억원(당진군 집계). 그러나 1개업체가 최소한 5개이상 업체에 재하청을 주고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최소한 4천4백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사정으로 인해 한보철강 직원식당에 주식과 부식을 공급하던 협력업체들이 납품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여 한보직원들은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보철강의 한 관계자는 『직원용 임대아파트 식당측은 밀린 대금을 갚지 않으면 식당을 폐쇄한다고 밝혀 한때 끼니마저 거르는 최악의 사태까지 벌어질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원자재가 없어 전기로 불을 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면서 『당장 급한 것은 멈춰선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 아니겠냐』고 직장이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랬다.<당진=권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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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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