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국민은행과의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 파기를 시사함에 따라 외환은행의 매각 협상이 ‘오리무중’ 상태에 빠지고 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가 장가화하고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상황에서 국민은행과의 계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계약파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론스타가 검찰수사 장기화에 따라 수일 내에 계약파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해왔다. 최근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임원진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그레이켄 회장이 지난 17일 론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은행과의 협상이 보류됐으며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한국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등 론스타는 계약파기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었다. 그러나 그레이켄 회장이 직접 ‘끝내다(terminate)’라는 강력한 단어를 쓰면서까지 계약파기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그레이켄 회장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레이켄 회장은 20일에도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외환은행의 배당 청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데다 19일에는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개인 일정’ 명분으로 3박4일간 미국을 방문해 금융권과 인수합병(M&A) 업계는 론스타가 협상 방향을 어느 쪽으로 틀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금융권에서는 그레이켄 회장의 최근 발언에 대해 ‘계약파기’라는 최악의 선택을 앞둔 정지작업이라는 분석과 검찰 수사로 국제적인 계약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는 여론을 조성해 한국 정부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론스타 계약에 정통한 한 M&A 관계자는 “계약이 좌초할 위기에 직면했다”며 “론스타는 계약 파기 후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 미국계 변호사는 “공식적으로 딜을 깨는 것은 론스타에 득될 게 없다”며 “검찰 수사가 주가조작에서 끝나지 않고 헐값매각 쪽으로 계속 옮겨가자 론스타의 결백성을 주장하고 투자자들에게 명분을 쌓기 위해 한국 정부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은행 측은 “지금까지 론스타와 계약파기에 대해 논의한 바도 없고 통보받은 것도 없다”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