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건축기행 건축은 문화다] <29> 신사동 SEDEC 빌딩

화려함 거부… 절제미 돋보여


화려한 화장과 들뜬 분위기가 연상되는 강남 한복판에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 건물이 있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SEDEC 빌딩. 평범한 건물과 요란한 건물들이 공존하는 거리에서 SEDEC 빌딩은 이 둘을 모두 거부했다. 평범하진 않지만 요란하지도 않게, 절제미가 돋보이도록 설계했다. 설계를 맡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의 강성인 소장은 “요즘 강남을 중심으로 패션처럼 번지고 있는 화려한 건축물들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며 “되도록 절제된 조형을 갖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출입구도 꼭 필요한 만큼만 열어놓았다. 생명체가 자신에게 적합한 구멍보다 더 열려 있을 경우 생명을 다하는 것처럼 건축물에도 너무 많은 구멍이 생기면 건강한 모습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바깥에서는 닫힌 구조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는 재미있게 꾸몄다. 지하 3층, 지상 9층인 SEDEC 빌딩이 자리한 대지는 앞면이 좁고 긴 구조인데 이곳을 통과하는 과정을 크게 4단계로 구분해 건물 가운데 마당도 만들었다. 또 빌딩은 크게 2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둘 사이를 모두 유리로 만들어 서로 마주보는 모습이 되도록 했고 두 건물 사이에 있는 엘리베이터도 유리로 지어 양쪽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경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강 소장은 “건물은 설계자와 건축주가 같이 만들어나가기 때문에 건축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번 건물은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건축주와 잘 맞아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EDEC은 인테리어 업체인 만큼 디자인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게 강 소장의 설명이다. 아쉬운 부분은 없었을까. 강 소장은 꼭대기 층을 더 잘 활용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당초 계획은 꼭대기 층의 높이를 더 높게 해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원이나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지만 구청이 층고를 낮추라고 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강 소장은 “전면이 막혀 있고 출입구만 열린 상태이기 때문에 옥탑 부분에 ‘눈’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었으면 했었는데 이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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