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윤용로 기업은행장

"中企특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것"<br>소매금융 강화해 취약한 수신기반 확충<br>기은캐피탈 통해 소액 신용대출시장 진출<br>증권사 상반기중 영업…복합금융상품 판매


“중소기업 금융에 특화된 은행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는 한편 앞으로 소매금융 사업도 한층 강화할 생각입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취약한 수신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신용대출 분야에도 진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윤용로(53ㆍ사진)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이 한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은행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중소기업 금융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신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중 은행들은 윤 행장의 행보와 기업은행의 경영전략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새 정부는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이 추진 중인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변신이 상당한 성과를 드러낼 경우 기업은행의 가치는 크게 상승하게 되고 기업은행의 인수 여부에 따라 은행권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특화된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올해부터 증권사 영업을 시작하고 추가로 생명보험사를 인수해 퇴직연금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소매금융 강화를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무엇입니까. ▦기업은행도 다른 시중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개인들로부터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결과 자금조달의 30% 이상을 중금채에 의존할 정도로 기업은행의 수신구조가 취약합니다. 다른 시중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국민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를 기반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더욱 활성화해야 합니다. 올해 경영전략의 초점을 소매금융 강화에 맞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신용대출이 은행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소액신용대출시장 진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미국 등 금융 선진국을 둘러보면 동네마다 소액대출을 전담하는 점포가 널려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JP모건ㆍ씨티그룹 등 글로벌 은행들도 국제금융과 함께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액신용대출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시장이 취약합니다. 그래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대부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들을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흡수해 신용불량자를 확대, 재생산하는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기업은행은 현재 소액신용대출 시장진출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자회사인 기은캐피탈을 통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현재 기업은행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증권업에 이어 보험업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중 은행의 경우 대형화, 겸업화, 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한 종합금융서비스 역량강화가 대세입니다. 기업은행은 17만개의 중소기업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연금보험상품을 만들어 공급할 계획입니다. 손해보험보다는 생명보험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기존 생보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ㆍ보험ㆍ자산운용ㆍ캐피털 등을 모두 아우르는 순수지주회사를 설립할 방침이지만 기업은행의 민영화 작업이 걸려 있어 민영화 진행 상황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증권업을 시작합니다. 은행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1월 중에 예비허가신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그 후 법인을 설립하고 본허가도 신청해 상반 기중에는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신설 증권사는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 및 유ㆍ무상증자, 기업공개(IPO) 등 중소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게 됩니다. 기업은행은 증권사와의 활발한 연계영업을 통해 비(非)이자수익을 늘리는 한편 복합상품을 개발해 고객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은행과 증권ㆍ보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중소기업에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국내 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피합니다. 해외진출 전략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성장이 지체되고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적입니다. 기업은행은 2008년을 ‘해외진출 원년’으로 삼았습니다. 올해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러시아와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몽골 등에 사무소와 지점을 개설할 계획입니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현지은행에 대한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는 지점 승격 본인가가 나면 오는 3월 중 개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모스크바 사무소는 현지 인가신청 상태로 올 상반기 중 설치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국책은행의 민영화 계획을 밝힌 후 민영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공기업의 민영화 및 중소기업 금융의 상업 금융화가 대세입니다. 기업은행의 민영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며 이를수록 좋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우리금융을 한데 묶어 매각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별 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대형화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고객이 원하는 금융회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은행은 앞으로 우정사업본부와의 업무제휴를 강화해 수신기반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민영화가 순조롭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하고 정책금융 축소 우려에 대한 보완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중기대출을 축소하자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전략을 들려주시지요. ▦구로디지털단지, 인천 주안공단 등 현장 방문을 통해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닌 중소기업이 많으며 기업은행이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중소기업은 한국 기업수의 99%, 고용의 88%, 생산의 50%를 담당하는 한국경제의 실핏줄입니다. 지난해 금융권의 중소기업대출 쏠림 현상과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money move) 심화로 은행들이 건전한 중소기업에까지 대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이런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설립취지에 맞게 중기대출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민영화가 이뤄지더라도 중소기업 대출비중을 70% 이상 유지할 것입니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종간 업무영역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증권ㆍ보험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하면서 복합금융상품을 선보일 것입니다. 앞으로 시중자금은 수익률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복합상품 개발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고객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상품을 개발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에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영업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PB 전문점 기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 기업은행은
"민영화해도 中企대출 70%이상 유지"
61년 설립이후 중소기업 금융지원
中企대출시장 점유율 19%로 1위
새 정부가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 특화 은행'으로서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영화로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목표로 설립된 기업은행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입장은 확고하다. 윤용로 행장은 "기업은행이 민영화되더라도 중소기업 대출비중을 70% 이상 유지할 것"이라며 "민영화가 되면 여신기반이 확충돼 오히려 중기대출 재원이 더욱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961년 8월1일 중소기업의 자주적인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설립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중소기업의 성장ㆍ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안정적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기업은행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창립 당시 외형은 ▦자본금 2억원 ▦점포 31개 ▦직원 수 935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현재 ▦총자산 123조원 ▦직원 수 9,200여명 ▦국내외 점포 550개를 거느린 대형은행으로 발돋움했다. 또 BIS 자기자본비율을 11% 이상을 유지함으로써 높은 자산건전성을 인정받아 국제신용 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 무디스로부터 국내은행 최고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시장점유율을 19% 수준까지 끌어올려 현재까지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설비투자 자금으로 7조원을 공급하고 혁신형 기업을 집중 발굴해 중기대출 잔액을 7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경기침체로 다른 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꺼릴 때 기업은행만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기업은행은 특히 네트워크론과 위너스론, 패키지론, 기업자금관리서비스(e-branch), 사업자전용통장 등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충주중원산업단지를 시작으로 지방 도시의 맞춤형 산업단지 조성 작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는 사업장 환경이 열악하거나 임차사업장으로 안정적인 조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 자신만의 사업장을 마련,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또 기업은행은 기술력 보유 기업에 대한 신용지원을 위해 특별펀드를 조성, 지난해 말 현재 1,179개 기업에 4,664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약력 ▦1955년 충남 예산 ▦1974년 서울 중앙고 졸업 ▦1977년 행정고시 21회 합격 ▦1978년 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1987년 미 미네소타대 행정학 석사 ▦1997년 재무부 관세협력 과장 ▦1998년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실장 ▦1999년 재경부 외화자금과장 ▦2000년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 ▦2005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07년 금감위 부위원장 ▦2007년 기업은행 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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