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제분업체가 이달 초 일제히 밀가루값을 내렸음에도 제빵업체들은 빵값 인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던 제빵업체들이 정작 원료 가격이 내린 상황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제분은 지난 1일부터 밀가루 값을 평균 9.6% 내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국제 원맥 시세와 환율이 안정됨에 따라 정부의 소비자 물가 안정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과 동아원 역시 이에 동참해 현재 국내 3대 제분업체가 만드는 업소용 밀가루 포장제품 20kg은 최저 8.9%에서 최고 12.3%까지 값이 내렸다. 이들 업체들는 작년 7월에도 한 차례 밀가루 가격을 내린 바 있다. 문제는 제빵업체들이 지난해 제분업체와 비슷한 이유로 주요 빵 가격을 최고 27%까지 올렸는데 밀가루 가격이 내린 상황에서는 이를 반영치 않고 있는 것. 삼립, 샤니 등 제빵업체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형 베이커리 업체들은 지난해 3월 제품별로 가격을 5~20%씩 인상했다. 여기에 지난 연말에는 주요 식빵 제품 역시 200원에서 400원까지 값을 올렸다. 이렇게 오른 가격은 올해 환율 하락 등의 원가절감 요인이 발생한 후에도 계속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 국내 제빵업체들의 제품 생산비용에는 일시적인 국제 시세 및 환율 변동이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이는 빵 제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밀가루와 설탕 등의 주요 원재료의 대부분을 국내 제분 및 제당업체를 통해 구매하기 때문이다. 식자재 특성상 신선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재고 기간도 짧게 설정해 구입한 원자재는 보통 1~2달 내에 실제 제품 제조에 쓰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SPC그룹측은 "지난해 한 차례 올린 빵 값도 최근 3~4년간 인상분을 그제서야 적용한 것"이라며 "당장 인하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인하 논의를 위해서는 앞으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CJ푸드빌 관계자도 "이제껏 원자재값 하락에 맞춰 빵 가격을 낮춘 전례는 없을 것"이라며 "경쟁사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므로 현재로서 인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아직 밀가루 값 인하 발표가 나온지 1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섣부른 가격 인하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설탕값은 오른다는 발표도 있었고 밀가루 이외에도 다른 제품의 가격 인상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