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익 앞세운 개발… 평가없이 허가… 안전불감증이 부른 人災

[중부 물폭탄] ■ 춘천 펜션·우면산 산사태 왜 <br>지질조사·재해평가 형식적… 무리한 개발 지반안정 해쳐 <br>경보시스템 기술 있는데도 연구용외 한곳도 설치 안해<br>무분별한 개발 방지 위해 정부·지자체 공동계획 필요

수방사 장병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류호진기자

이익 앞세운 개발… 평가없이 허가… 안전불감증이 부른 人災 [중부 물폭탄] ■ 춘천 펜션·우면산 산사태 왜 지질조사·재해평가 형식적… 무리한 개발 지반안정 해쳐 경보시스템 기술 있는데도 연구용외 한곳도 설치 안해무분별한 개발 방지 위해 정부·지자체 공동계획 필요 성행경기자 saint@sed.co.kr 송대웅기자 sdw@sed.co.kr 수방사 장병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류호진기자 60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춘천시 펜션촌과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안전불감증과 난개발이 부른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익을 앞세워 재해 위험성이 큰 자연사면이나 절취사면(절개지)에 펜션을 지은 사업자,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미관을 명분으로 사전재해영향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펜션을 무분별하게 허가하고 도심 인근 야산에 무리하게 생태공원을 조성한 지방자치단체의 과욕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이다. 지질재해 전문가들은 급경사지와 같은 재해위험 지역에 건축 허가를 내줄 때 실시하는 사전재해영향평가를 한층 강화하고 지질재해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원 춘천시 신북읍의 펜션은 도로나 건물 등을 짓기 위해 산을 깎아내면서 생긴 절개지(절취사면)가 아닌 자연사면에 들어서 있었다. 경사지에 있다고 해서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절개지나 자연사면은 늘 산사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문제는 강원도나 경기도 내 펜션의 상당수가 산사태나 홍수 피해 가능성이 높은 산비탈이나 계곡 부근에 들어서 있지만 지질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전재해영향평가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경우 5,000여개의 펜션 가운데 20~30%가 절개지나 자연사면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펜션 사업자들은 경관이 좋은 곳에 건물을 지으면서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지질조사나 옹벽 공사를 꺼린다. 지자체들은 위험지역임을 알고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된 사전재해영향평가 없이 펜션을 허가해주고 있다. 백승철 안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지를 개발할 때 일정 규모 이상이면 난개발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와 광역ㆍ기초지자체 등 3개 기관에서 사전재해영향평가를 하지만 펜션과 같은 소규모 공사는 기초단체에서도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펜션 허가는 주택과나 건축과에서 하고 재해영향평가는 재난안전과에서 하는데 서로 업무 연계가 안 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는 무분별한 난개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집중호우가 여건을 조성했지만 지자체가 산 정상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둘레길을 만드는 등 무리한 개발을 추진하면서 지반 안정성을 크게 해쳤다는 것이다. 우면산은 바위가 많은 관악산과 달리 흙이 많은 육산이다. 비가 오면 토양이 물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산사태 위험이 클 수 밖에 없는데 관할 지자체는 절개지 C등급으로 분류된 경사로에 목재계단과 인공호수ㆍ계곡을 만드는 등 무리한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지질재해 전문가들은 자연사면이나 절취사면과 같은 급경사지에서 발생하는 재해(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조기경보 시스템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강우량이나 지반 물성을 계측할 수 있는 장비와 산사태 같은 지질재해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경보 시스템 기술이 개발돼 있으면서도 예산부족으로 설치된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연구용으로만 2기만 설치돼 있다. 채병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실장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가 급경사지 위험지역을 조사하고 위험도를 측정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외국의 경우 재해 복구비보다 사전 예방 비용이 더 많은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조기 경보 시스템 도입을 통해 지질재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지관리와 관련해 지자체별로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져도 통제가 안 되는 것"이라면서 "국유림과 국유지를 관리하는 산림청, 도로를 관리하는 국토해양부, 재해예방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ㆍ소방방재청이 산지관리 종합 계획을 수립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물폭탄' 사태… 어쩌다 이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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