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3일] 전두환 전재산 국가헌납

권력이란 허망한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권력이 손아귀에 있을 때는 세상이 다 내 것 같지만 권력이 자신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걸로 끝이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모두 권력이 지닌 이 같은 속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려 7년간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며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전두환도 권좌에서 물러난 후 권력의 비정함을 맛봐야 했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과 5공 비리 진상 규명 및 책임 문제가 대두되자 전두환은 1988년 11월23일 연희동 자신의 집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뒤 백담사로 유배됐다. 이날 그는 국민에게 속죄하는 뜻에서 사재와 남은 정치자금 139억원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수행원과 백담사에 도착한 후 25개월간 자중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가에 헌납하기로 한 139억원은 6공과 5공 실무자들이 사전에 조절한 액수로 국민을 완벽하게 우롱한 행위였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전두환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업들로부터 강탈해 숨겨놓았다. 1996년 2월 전두환 비자금에 대한 첫 공판에서는 검찰수사 결과 재임기간 동안 무려 9,50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점잖게 말해 비자금 조성이지, 사실은 칼만 안 들었다 뿐 강도짓을 해서 기업들로부터 빼앗은 돈이었다.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10% 정도만 내고 버티면서도 전두환은 해외여행이다 골프다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했다. 급기야 전재산이 29만원밖에 안 된다며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이야기를 해 국민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전씨의 대국민 사과성명에는 진실성이 없었으며 그는 끝까지 국민을 기만했다. 역사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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