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수급 여건을 보면 달러가 없다. (상황이 이런 데도) 시장에서는 습관적으로 환율이 절상될 것이라는 심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원ㆍ달러 환율 920원대 붕괴에 대해 환율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하며 “하반기 환율 절상에 베팅하면 손해 볼 것이다”고 강조했다.
조선업체 수주 지속, 단기외채 유입 등 시장에서는 환율 절상을 기정 사실화 하는 분위기와 달리 이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현재의 문제(환율 절상 요인)가 해소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환율 절하 요인으로 그는 조선업체 선물환 매도가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체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선물환 매도가 지속돼왔다. 현재 예전에 매도한 것이 만기가 돼 돌아오고 있다”며 “조선업체 수주가 계속 이어진다 해도 상대적으로 선물환 매도 압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본수지는 흑자가 유지되고 있지만 경상수지가 현재 소폭 흑자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어 전체 수급 여건으로 봤을 때 시장에 달러가 부족하다”며 “실제 환율 거래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달러 유입에 대해서도 그는 큰 우려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체 선물환 매도를 흡수하기 위해 은행들이 외채를 들여오고 있다”며 “하지만 달러 수급 등 현재 여건을 고려해볼 때 이는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라는 가공의 달러를 예상하고 움직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4년 동안 급격한 절상이 이뤄진 것에 정부도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외환 당국이 크게 개입하지 않았음에도 시장 자체가 수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으로 하반기에 환율 절상에 베팅했다면 적잖은 손해를 볼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