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 힘합쳐 파산위기 회사 살렸다

■ 조선무약 화의인가근로자들 채권자 찾아 화의동의 끈질긴 호소 '솔표 우황청심원'으로 유명한 조선무약이 지난 2000년 부도로 파산위기까지 내몰렸다가 노사화합을 통해 회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25년 설립돼 솔표 우황청심원과 '쌍감탕' '위청수'등을 생산, 제약업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온 조선무약은 지난달 29일 수원지법 파산부로부터 화의인가 결정을 받았다. 파산할 것으로 알려졌던 조선무약이 화의인가 결정을 받기까지는 노사의 눈물어린 회생 노력이 있었다. 부도 후 회사측과 채권단은 수원지법에 화의절차 개시신청을 냈으나 조직폭력배들이 개입, 사주 박대규(61)씨를 감금ㆍ폭행하고 화의신청서를 강제로 취하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회사 총무부장과 노조위원장 등이 이듬해 7월 회사 사무실에 사주를 감금한 채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아내 사장직까지 대행하며 회사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검찰 수사로 조직폭력배 일당과 총무부장ㆍ노조위원장 등은 구속됐고,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제 근로자들이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화의 동의서를 채권자들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240여명의 근로자들은 부서별로 조를 편성, 149개 채권업체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눈물어린 호소와 설득작업을 벌였다. 일부 근로자들은 화의 동의를 거부하는 채권자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고, 집 앞에서 2∼3일씩 기다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개 업체를 제외한 147개 업체로부터 동의서를 받아냈다. 생산부 배동철 과장은 "77년 전통의 조선무약이 참담하고 허망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노사가 함께 구사운동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동의서를 받아낸 근로자들은 재판장 앞으로 147개 업체가 찬성한 동의서와 함께 직원명의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 1인 2역 하기 ▲ 1일 1시간 일 더하기 운동 ▲ 비용절감을 위한 물자절약운동 등을 자체적으로 결의하며 구사운동을 벌였다. 회사측도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한 채 근로자 대표, 사용자 대표 등 4명으로 구성된 경영정상화위원회를 구성해 노사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며 경영상태를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투자조합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유치, 1인 지배의 합자회사에서 사주와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노사화합을 통한 경영정상화와 주력상품인 우황청심원의 판매호조, 화의인가결정 등에 힘입어 조선무약은 매출을 부도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자금사정으로 생산량이 부도 전보다 준 것은 사실이지만, 우황청심원은 현재 없어 못 팔 정도다. 사용자 대표인 박종환 부장은 "노사가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뛴 결과 화의인가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며 "주력상품인 우황청심원의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했고, 여타 품목도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어 2년 안에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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