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조선업계, 달러 결제 암초

해운사들 선박대금 지급 엔화서 달러로 교체따라 환 손실 떠안아<br>엔고 속 수익악화 불가피… 주요 자재 해외조달 나서


한국과 중국에 밀려 고전을 겪고 있는 일본 조선업체들이 최근 선박건조 대금의 달러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주요 고객사인 일본 해운업체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엔화로 결제했던 선박대금을 상당부분 달러화 지급으로 돌리자 조선업체들이 엔고에 따른 환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조선사들은 달러화 결제에 따른 환리스크를 상쇄시키기 위해 주요 자재를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달러화 결제로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 부품소재 업체들이 일본 시장을 한층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미쓰이상선, 니폰유센 등 주로 달러화로 돈을 벌어들이는 일본 해운사들이 일본 조선업체들에 지급하는 선박 건조대금을 엔화에서 달러화 결제로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엔고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화로 대부분의 수입을 올리는 해운사들이 선박대금을 엔화로 지급하면 그만큼 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조선업체들이다. 미쓰이조선은 지난 3년 동안 수주의 70%에 달하는 물량이 엔화 결제로 이뤄졌지만 올 여름부터는 달러화 결제 비중이 70~80%로 늘어나는 바람에 엔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난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수주 목표로 잡고 있는 2,000억엔 가량의 물량도 달러화 결제를 전제로 교섭이 진행 중이다. IHI의 조선 자회사 IHIMU도 최근까지 수주한 물량은 거의 대부분이 달러화 결제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들 조선업체들은 해운수요가 크게 늘어나 선박 공급이 달리던 지난 2006년부터 엔화 결제를 계약조건으로 내세우며 환리스크를 회피해 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약화되자 해운사들의 압력에 못 이겨 엔화 결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현재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2006년에 비해 30% 가량 절상된 수준으로, 지금과 같은 엔고 속에서 달러화 결제 비중이 높아진다면 조선업체들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 때문에 조선업체들은 엔고 피해를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스미토모중기계공업은 아예 달러화로 결제하는 신규 조선수주를 보류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엔고 상황에서는 신규 수주를 따낼 수록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업체들은 원자재까지 달러화 결제로 조달해 환 손실을 상쇄시키려 하고 있다. IHI의 경우 이미 베트남에 조달 거점을 마련했으며 베트남과 대만으로 거점을 늘릴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부분 조선업체들이 선박 건조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철강재를 일본 철강업체들로부터 조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한국 등 해외 기업으로 조달선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날로 떨어지는 조선업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보조금 및 세제지원 등 조선업 지원대책을 내년 6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일본 조선업계는 과거 20년간 세계 선두를 고수했으나 지난 2004년 한국에 이어 지난해 중국에도 밀려나 3위로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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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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