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논란에도 불구, 금융감독원 출신인사의 시중은행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최근 제일은행과 SCB 서울지점의 통합기관 사외이사에 오갑수 전 금감원 부원장을 내정했다.
오 전 부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드렉셀대 교수 등을 거쳐 지난 1999년 금감원 부원장보로 영입됐으며 2002년부터 지난 1월까지 증권담당 부원장직을 맡았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정재삼 전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 민원처리실장을 임원급인 검사본부장으로 영입했으며, 하나은행은 1999년부터 2년간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제3심의관 등을 역임하고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금융연구원 서근우 연구조정실장을 전략담당 부행장으로 임명했다.
한국씨티은행과 대구은행도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이길영 전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과 허병준 전 금감원 감독관을 상근감사위원으로 각각 선임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감독당국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있어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해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은행간 경쟁과열로 인해 올해는 유달리 금감원 출신의 시중은행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CB도 감독당국에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오 전 부원장과같은 거물급 인사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CB 소매금융그룹의 마이크 디노마 대표이사는 지난 2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어떤 국가에서도 진출 이후 현지 금융 감독당국과 마찰을 일으켜 본 적이 없다"며 "어느 나라에서든지 감독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SCB의 핵심 경영지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SCB는 오는 8일 예정된 금감위 정례회의에서 영업 양수도 인가가 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조만간 존 필메리디스(John Filmeridis) 글로벌상품본부장을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공식 선임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