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어김없이 새는 실적…무색한 공정공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입했다는 주식시장의 '공정공시'(FD:Fair Disclosure) 제도가 완전히 '무기력증'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사전 유출이 몇몇 증권업계 사람들끼리 예상수치를 비공개적으로돌려보는 정도를 넘어 아예 실적변동의 원인까지 내놓는 수준으로 정도를 더해가고있기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4일 2.4분기 실적을 공시한 삼성전자에 이어 19일 실적을 내놓은 LG전자에도 실적정보가 고스란히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오후 1시56분께 5조7천962억원의 분기매출과 1천905억원의 분기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오전부터 'LG전자가 예상치 1천500억원을 넘는 1천9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발표할 것'이라는 '깜짝실적' 예고와 함께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이생각보다 좋다'는 친절한 주석까지 담긴 출처불명의 메신저 정보가 급속도로 퍼졌다. 이를 전후해 연 3일 약세였던 LG전자의 주가는 오전 한 때 3%를 넘는 강세를 보인 뒤 실적발표후 오히려 한 때 반락했다 0.39% 오른 5만1천700원에 마감했다. 오후 발표된 LG전자의 자료는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등 3개 부문의 영업이익이모두 전분기보다 줄었으나 휴대전화사업은 영업손실이 309억원에서 30억원으로 축소됐고 전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부문은 전분기 89억원 손실에서 209억원 흑자로 반전했다고 밝혀 메신저의 수치 및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삼성전자도 실적정보 사전유출논란이 불거졌었다. 이 회사의 실적발표 하루전인 13일 증시에서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부문에서 9.5%의 영업이익률을 내 시장예상치 1조2천억원대를 넘어 1조4천억원선을 약간 웃도는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고 실제 이튿날 발표된 영업이익은 1조4천180억원, 정보통신부문 영업이익률은 정확히 9.5%였다. 이들 기업에서 정보유출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04년 자사주 매입계획 사전유출논란을 비롯, 정보유출은 실적발표 때마다 거듭돼온 '단골메뉴'이며 LG전자는 지난해 3.4분기 실적이 공정공시전 특정매체에 공개되는 '촌극'을 빚은 바 있다. 여타 상장사들의 실적도 이런저런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 특정 시장참여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곳 이상 증권사가 실적전망치를 내놓는 156개 12월 결산 상장사중 1.4분기 실제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10% 이상 웃도는 '깜짝실적'을 기록한 37개사의 주가동향을 조사한 결과 실적발표전 5거래일간 주가가 평균 3.88% 올랐다. 반면 발표후 5거래일간은 이들 종목은 오히려 평균 0.57%의 하락률을 보였고 이기간 절반에 가까운 17개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누군가 유리한 정보를 먼저 얻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의 격언을실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정보의 사전취득에 따른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공정공시의'이상'이 실제로 구현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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