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미국의 요새화 비용

파이낸셜타임스 6월3일자

미국의 보안강화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비자발급이 어려워 해외 유학생을 받지 못한다고 성토하고 있고 업계는 해외 기업인들이 미국에 오기 힘들어 사업하기가 힘들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보안비용을 추산하기는 힘들다. 일부에서는 10조달러 규모의 미국경제에서 3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도 매우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9ㆍ11테러 이후 미국의 보안강화는 불가피했지만 미국정부는 너무 과도하고 경직되게 대처하고 있다. 테러 조직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기업인들이 입국과정에서 불필요한 면담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얘기들이 부지기수로 들려온다. 기업인 조사에 의하면 국제 이슬람 테러와는 무관한 중국 같은 나라의 기업인들이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그룹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ㆍ11 테러범들이 미국에 쉽게 들어오고 테러 경고가 무시됐던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이 자국보호를 위해 보안강화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방문객을 배척하는 것은 미국을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었던 역동성 및 세계와의 공존정책에 배치되는 일이다. 미국의 국토안보부는 이민국 입국자료를 체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이민국 입국자료와 법무부의 범죄기록 자료를 체계적으로 취합하지 못할 정도로 미성숙 단계에 있다. 다양한 정보를 소화해 실제로 보안위협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고 지능적인 체계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번주 미국의 입ㆍ출국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액센추어사와 1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돈도 드는 일이다. 다행히도 미국이 이 같은 편집증적인 자세를 바꾸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비자규제를 재검토하고 화학 등 민감한 기술을 다루는 입국자들에 대해 적용했던 엄격한 신분조사도 완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적절한 방향으로 보안정책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특정 정책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보안정책을 낳았던 경직되고 관료주의적인 사고를 바꾸려는 전략적 변화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지금은 너무 규제 쪽으로 보안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나하나씩 불필요한 조치를 풀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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