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車 노사도 상생없인 공멸" 경고

GM 몰락위기 가장 큰 원인은 강성노조<br>전환배치등 사사건건 충돌·정치파업에 생산차질<br>"화합으로 美업체 부진따른 기회 살려야" 목소리 커져


“국내 자동차 노조도 상생을 위한 전향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면 미국처럼 공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 현대ㆍ기아자동차가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는 있지만 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소형차 판매가 늘면서 다른 글로벌 메이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GM의 몰락을 가져온 원인이 현대ㆍ기아차 내부에도 도사리고 있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GM 노조가 법 위에 군림하려 들면서 결국 회사의 몰락을 가져왔다”며 “현대ㆍ기아차가 GM의 실패를 답습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강성 노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M 위기의 원인은 노조”=심각한 경영 악화에 몰린 GM은 지난달 중순 미국 내 공장 3곳에서 총 1,600명의 근로자를 추가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GM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대해 강성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VAW)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감원 발표 후에도 GM의 경영악화는 심화돼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10일 도이체방크는 GM의 목표주가를 4달러에서 0달러로 수정했다. GM 주식을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평가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GM이 파산 상태를 맞게 된 주요인으로 금융위기보다는 경쟁력 없는 노조를 꼽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노조원 퇴직 후에도 평생 의료보험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등 과다한 비용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공장 가동을 하지 않아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효율성도 지극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자동차업체 노조들은 이미 회사의 경영 악화가 시작된 지난해 9월에도 고용보장과 상여금 확대를 요구하며 전국 단위의 파업을 강행하기도 했다. 결국 GM 등이 이제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사실상의 파산상태로 내몰린 가장 큰 원인이 강성 노조인 셈이다. ◇현대ㆍ기아차 노사도 난제 많아=현대ㆍ기아차는 최근 시장 침체를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선언했지만 노사문제를 들여다보면 현실은 만만찮다.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지난 6월 노조원들이 파업 찬반 투표를 부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민노총 주도의 쇠고기수입 반대 파업을 강행했다. 상급단체의 정치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막대한 생산 차질을 가져온 것이다. 현대차는 임금협상도 노노 간 갈등이 겹치면서 무려 넉달 만에 타결됐다. 협상기간 12차례나 반복된 파업으로 현대차는 4만4,600여대의 생산차질과 6,900억원의 생산손실을 입었다. 생산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환배치나 생산차종 라인변경 등도 노조의 반대로 여전히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경우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카니발 공장(소하리 1공장)에 오피러스(화성 3공장)를 투입하는 혼류 생산체제를 최근 갖췄으나 화성공장 노조의 반발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종전대로 카니발만을 생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최근 경기침체 상황에서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소형차를 미국 앨라베마공장에 투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단협에서 이 같은 사안도 노사합의를 거치도록 했기 때문. 노조가 반대하면 웬만한 전략적 경영사항조차 시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노사문제로 실기” 지적도=특히 자동차 시장 침체가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위기 상황’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오는 18일로 다가온 대의원 선거 때문. 난립하고 있는 노조 내 계파가 더 많은 대의원을 배출하기 위해 ‘파워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감산이 예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사 협의 등과 관련된 고민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지부장 선거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노사가 화합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는커녕 현재 현대차가 강점을 갖고 있는 중소형차의 경쟁력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상황은 현대ㆍ기아차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노사문제에 막혀 실기(失機)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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