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화섬업계 시름 깊어진다

“불황 깊은데 원료값까지 고공비행”<BR>“석화업계 내수가격올려 손실전가” 반발속<BR>섬유생산 10∼20%감산등 대책마련 부심<BR>국내 생산기반 공동화 최악의 상황 우려도


화화섬유업체들이 석유화학업계의 일방적인 원료가격 인상조치로 앞 다퉈 추가 감산을 검토하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불황을 겪고있는 화섬업계에 원자재 부담까지 가중될 경우 생산기반 공동화라는 최악의 상황을 빚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높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화섬원료인 테레프탈산(TPA)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휴비스ㆍ새한 등 화섬업체에 수출가와 내수가의 차이를 기존의 60~70달러에서 20달러로 대폭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화섬업계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사실상 TPA가격 인상을 통해 국내업체에 전가하겠다는 의도이자 전형적인 홀대행위”라며 “업체당 연간 수백억원의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화섬업체는 TPA가격이 추가 인상될 경우 앞으로 섬유 생산량을 10~20%정도 감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화섬업계는 지난해에도 TPA 가격이 20~30%씩 급등한데다 원자재 가격조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중국에서 원자재를 거둬들이는 바람에 공장 가동마저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화섬업계 관계자는 “석화업계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TPA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내 화섬업계는 섬유 생산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석화업계가 국내 시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산조치가 TPA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곧바로 석화업계의 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화섬업계가 해마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반면 섬유원료 메이커가 지난해 TPA부문에서만 6,000억원대의 이익을 낸 것도 양측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삼남석화의 경우 지난해 1,0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KP케미칼 1,097억원 ▦태광 966억원 ▦삼성석화 946억원 ▦효성 883억원 등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TPA를 공급받아 섬유를 생산하는 코오롱ㆍ새한ㆍ휴비스 등 화섬업계는 지난해 3,0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했다. 석화업계는 이에 대해 “원료가격 상승이나 중국과의 통상마찰을 감안할 때 내수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라며 “화섬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끼리 소모전을 벌일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공감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화섬업계의 경쟁력을 살리는 쪽으로 타협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경우 오는 2007년께 섬유원료 생산설비의 증설을 완료하면 자급체계를 갖춰 국내 석화업체의 TPA 대중 수출길도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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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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