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엔화대출로 부동산 투기

의사등 전문직 시설자금 용도로 받아 편법사용 적발


서울 강남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강남 일대 재건축 아파트를 사기 위해 A은행에 엔화대출을 신청했다. 그는 병원에 들여올 신규 설비구입용으로 5억원 정도를 대출받아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했다. 김씨는 엔화대출 금리가 2%수준에 불과해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6%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효과를 봤다. 게다가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로 인해 대출상환 부담도 줄어 이중으로 득을 본 셈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일부 부유층이 저리의 엔화자금을 들여와 부동산 투기를 하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6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엔화대출이 급증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씨의 사례처럼 의사ㆍ약사ㆍ한의사 등 개인 사업자들이 은행에서 엔화 대출을 편법으로 이용해 부동산 매입에 나선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엔화대출은 기업 시설이나 운전자금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대출로, 금리가 2%에 불과해 시중은행들이 주로 의사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대출을 실시했다. 백재흠 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화대출이 급증한 우리, 하나, 경남, 광주, 전북, 대구 등 6개 은행들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엔화대출 편법운용 사례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백 국장은 “일부 전문직 개인사업자들이 은행에서 저금리의 엔화대출 자금을 빌려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다른 기존 대출에 대한 상환용으로 이용했다”면서 “엔화대출이 다른 대출에 비해 담보인정비율이 높아 대출 금액도 높은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출용도를 속인 개인 사업자들 못지 않게 일부 은행들이 용도확인 절차를 무시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대출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편법 사용을 눈감아준 1, 2개 은행들에 대해 조만간 징계 조치를 내리고, 엔화 대출금을 편법으로 사용한 개인사업자들은대출금을 상환토록 조치할 계획이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감독당국의 담보대출 제한 조치로 부동산 투기가 주춤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부동산 불안정의 변수로 보이며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들의 경우 신용이 제일 높아도 운전자금용 대출 금리가 6% 이상 10%에 가까워 엔화대출 금리 2%는 다른 개인, 중소기업에 비해 특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오는 10일까지 금융권을 대상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현황을 재점검하는 등 부동산 투기 억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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