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기업이 희망입니다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이 희망과 행복을 말합니다. ‘돈벼락 맞으세요’라는, 다소 살벌하고 속물적이지만 결코 듣기 싫지 않은 인사말을 건네는 사람도 많습니다. 새해 덕담은 해마다 있는 일이지만 올해 유난히 두드러지고 와닿는 느낌도 절실합니다. 그동안 우리 삶이 그만큼 팍팍하고 행복하지 못했다는 반증입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일자리와 소득은 제자리거나 뒷걸음질인데 세금ㆍ사교육비 등은 늘어나 등골이 빠질 지경입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생활고는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경제회생 의지 못미더워 중산층 개념에 대한 인식의 전도(顚倒) 현상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실제 중산층이 아니면서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중산층이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인의 큰 강점인 자신감이 사그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과 행복을 말하며 고통을 애써 과거 일로 묻으려 해도 현실에 눈을 돌리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성장률, 수출과 경상수지, 소비, 고용 등 하나같이 지난해보다 못하리라는 게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 모습입니다. 고달픈 생활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나마 정부 전망치만 달성돼도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경제의 앞길이 지뢰밭이라 자칫하면 예상 외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견뎌왔는데 ‘올 한 해를 못 넘기겠어’라고 여길 일이 아닙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그만큼 아슬아슬합니다. 환율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경쟁력과 채산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투자는 여전히 부진해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성장동력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더 큰 골칫거리는 부동산과 가계부채입니다. 부동산은 새로운 양상으로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제 집값 급등 못지않게 급락후유증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고 그 부채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담보대출입니다. 부동산 거품의 급격한 붕괴는 가계 부실과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남의 일만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여기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과 노동계 등 각종 이해집단의 무리한 요구도 잇따를 것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입니다. 정부의 경제살리기 의지와 위기관리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국민들은 지난 4년 내내 경제 회생과 민생에 전력투구해달라고 외쳤지만 결과가 어땠습니까. 이제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플 뿐입니다. 연말부터 계속 쏟아지는 대통령 발언은 거대한 벽을 느끼게 만듭니다. 국민들의 평가를 포기했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더 망가뜨리지나 말았으면’ 하는 심정이라면 지나친 말일까요. 역시 희망은 기업과 기업인입니다. 그들은 상황이 어려워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뜁니다. 누구처럼 ‘못해먹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핑계를 대지 않습니다. 대신 신발 끈을 바짝 조이고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위기를 돌파합니다. 그들은 시야가 넓습니다. 국내 무대에서 과거 문제로 지지고 볶는 것이 아니라 세계 초일류 강자들과 경쟁하며 이기려 애씁니다. 기업이 경제의 버팀목 돼주길 올해 어려운 경영 여건을 예상하면서도 도전과 창조정신, 공격적 경영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는 기업들의 신년사를 보십시오.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 않습니까. 기업은 경제의 국가대표 선수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처럼 박수를 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손가락질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바로 보고 격려해주면 훨씬 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올해만은 기업과 기업인에게 비난보다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들이 잘해야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기업인이 올해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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