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신용협동조합이 설 자리를 잃고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리고있다. 내년부터 신협은 `차` `포`를 떼고 영업에 나서야 한다. 1인당 2,000만원 한도로 이자소득 전액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던 `조합원 예탁금`의 세제혜택이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또 정부가 직접 5,000만원까지 보호했던 예금자 보호장치도 내년부터는 정부 손을 떠나 신협중앙회가 자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본래 신협은 서민층이 자체적으로 조합을 구성해 자금을 운영하는 상호부조 성격의 비영리 금융기관이다. 지난 97년말 1,666개에 이르던 단위조합은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급속히 부실화 돼 지난 9월말까지 3분의1에 가까운 570개가 퇴출됐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주력상품의 혜택이 줄고 예금보호라는 책임까지 떠안게 돼 짐이 부쩍 무거워 졌다. 구조조정의 파고를 힘겹게 넘어온 신협이 이제는 다른 금융회사들과 직접 경쟁하며 스스로 설 자리를 찾아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신협 금융상품 경쟁력 떨어져= 신협 예탁금의 비과세 혜택 축소는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당초 금년말까지 적용되던 비과세 혜택은 또다시 3년 연장되는 방향으로 결정날 전망이지만 2007년 이후부터는 시중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비과세 혜택이 축소될 것으로 보여 신협의 경쟁력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출 역시 시중은행이 소매금융 영업을 확대하면서 시장점유율이 점점 줄고 있다. 결국 신협은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부실만 키우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모든 상품을 신협에서도 다루지만 딱히 경쟁력을 갖춘 상품은 없다.
◇누적손실 7,408억원=신협중앙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지난 6월말 현재 7,408억원에 이르는 누적손실이다. 이는 각 지역 신협에 대출해준 자금이 부실화 된 것과 주식 등 자금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다. 신협중앙회는 자구를 위해 기존 출자금중 17억원을 감자하고 추가로 283억원의 증자를 추진중이다. 또한 보유부동산 14건(장부가 780억원)을 연차적으로 매각해 7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들여올 계획이다.
신협중앙회는 여기에 정부보조금의 무이자 지원 등 정책적 배려를 기대하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의 자구노력에 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신협이 시장이 원하는 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구조조정 지속ㆍ전문성 강화가 해법= 지난 14일 신협중앙회는 직원 398명 가운데 65명(16%)을 퇴직시켰다. 영업 강화를 위해 지난 7월에는 신용공제사업(보험) 대표이사직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신협 내부에서는 여전히 신협 중앙회의 전문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단위 조합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로부터 받는 예탁금 등 수신을 중앙회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해서 지금까지 부실을 키워온 것 아니냐”며 “외부 전문업체에 자산운용을 아웃소싱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신협 관련 감독규정을 개정해 더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협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지원만 기다리며 국회와 지역 여론에 기대 일어서려고 하는 `정치적 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신협은 어떤곳
신용협동조합은 지역ㆍ직업ㆍ종교 등 상호유대를 가진 개인이나 단체가 조합을 만들고 자금을 조성해 이용하는 비영리 금융기관이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예금과 대출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조합원이어야 금융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협을 이용하려면 금융거래 전에 조합원 가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협은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평균 수준에 비해 다소 신용도가 낮은 서민층과 상인, 자영업자 등이 주로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대출이 부실화되는 비율도 은행권보다 높다.
지난 97년말 1,666개에 이르던 단위조합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난 9월말 현재 1,096개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 2001년말 530만 명이 넘던 조합원 수는 지난 9월말 현재 469만 명으로 줄었다. 최근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공격적인 대출에 나서면서 신협이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신협중앙회는 단위조합의 업무를 지도ㆍ감독하고 홍보ㆍ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조합의 여유자금을 예탁 받아 금융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자산운용으로 중앙회는 지난 6월말 현재 결손금이 7,408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연선기자
<김홍길기자,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