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20일] 서울 첫 시내버스 운행

버스 출입문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스토옵ㆍ오라이’를 외치던 버스 안내양. 짐짝처럼 실린 승객을 안으로 밀어넣기 위해 양손으로 출입문을 잡고 허리를 뒤로 뺐다가 앞으로 밀치는 그녀의 배치기 기술. 일단 버스에 올라탄 승객을 위해 차체를 좌우로 한번씩 흔들어 균형을 맞춰주던 버스기사의 배려와 고난도 운전실력. 10장짜리 회수권을 11장으로 만들어 들키지 않고 사용한 뒤의 쾌감. 수업시간 뒷자리에서의 버스 토큰이나 회수권 따먹기 놀이 등 버스에 얽힌 수많은 기억들이 새롭다. 이처럼 서민과 애환을 함께한 버스는 1928년 4월20일 서울에 처음 등장했다. 지금의 서울시청격인 경성부청이 20인승 버스 10대를 일본에서 들여와 서울시내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최초의 정기 노선 버스가 서울에 선보인 것. 그전까지 서울의 대중교통 수단은 전차였다. 전차에 의존해온 시민들은 전차와 달리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손을 들면 태워주는 버스의 등장으로 기동성이 한층 더 좋아졌다. 서울역을 기점으로 한 버스 운행 노선은 남대문, 시청 앞, 총독부, 창덕궁, 초동, 필동, 저동, 조선은행을 거쳐 서울역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코스. 운행시간은 여름철에는 오전6시부터 오후10시까지, 겨울철에는 오전8시부터 오후7시까지였다. 그러나 당시 버스요금은 어른이 7전 정도로 전차보다 비싸 시민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버스 운영권은 얼마 후 경성전기주식회사로 넘어갔다. 첫 시내버스가 선보인 지 77년이 지난 지금 버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하철에 치이고 불친절과 난폭운전으로 시민에게 비난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버스는 여전히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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