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조의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정부는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조흥은행을 일괄 매각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이에 반대하는 노조는 차장급 이하 7,000여 직원의 일괄사퇴서를 제출, 벼랑 끝 자세로 맞서고 있다. 한국노총도 이에 가세, 산하 전 조직이 참가하는 총파업 불사를 선언하고 나서 노ㆍ정의 정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7월에는 산업현장마다 크고 작은 규모의 파업이 예고돼 있어 조흥은행 사태는 결과에 따라서는 하투(夏鬪)의 향방을 결정짓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 지분 80.04%를 총 3조원에 신한지주에 팔기로 합의한 상태다. 매각방식은 51%는 현금으로, 나머지 49%는 신한지주 주식으로 지급 받는 형식이다. 정부가 조흥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2조7,000억원으로 이번 매각으로 이자를 포함, 어느 정도 이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조는 일괄매각에 반대,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조흥은행 사태는 이제 서로 마주보고 질주해 오는 열차의 힘겨루기가 돼버린 셈이다.
정부의 매각방침은 `국민의 정부`에서 이미 확정됐던 정책이다. 이를 번복하는 것은 크게 보아서는 국가의 신인도 추락으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 정부`의 정책 표류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참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대형 국책사업만 해도 그렇다. 경부고속철도ㆍ새만금ㆍ경인운하 사업 등이 정부의 오락가락으로 공사중지에 따른 추가 비용만도 5조원이 넘는다는 계산도 나와 있다. 조흥은행 매각도 어느면 정부에 책임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노조대표와 만난 것도 노조에게 기대감을 갖게 했다.
조흥은행 매각은 원칙론에서 볼 때 방향은 잘 잡은 것이다. 공적자금 의 조기회수라던가, 은행의 대형화라는 측면에서 경쟁력 없는 은행의 퇴출은 어쩔 수 없다. 물론 노조가 지적하는 일괄매각이 아닌, 시차를 둔 분산매각도 대안으로 떠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조흥은행을 일괄 매각키로 결정한 것은 `현 시점에서는 최선`이라는 판단이 서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일단 결정된 정부정책은 존중해야 한다. 정책이 방향타를 잃었을 경우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 온다. 조흥은행 노조의 반대는 어느면 집단 이기주의의 표출로도 이해 할 수 있다. 만일 노조가 파업을 고집, 은행의 전산시스템이 마비되고 업무 마저 중단됐을 때 1,000만명이 넘는 고객의 피해와 불편 및 국가경제에의 타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 경제도 외환위기 후 최악이다. 조흥은행 노조는 파업이 나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봐야 한다. 파업은 절대로 안 된다.
<이정배기자 ljb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