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설계는 먼저 했는데…

LG 가로폰 출시 늦어 삼성에 주도권 뺏겨
삼성전자 ‘가로본능’ 휴대폰의 ‘굿디자인’ 대통령상 수상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가로본능’이란 카피를 붙여 출시한 휴대폰(SCH-V500ㆍ사진)은 가로로 돌아가는 와이드형 액정화면(LCD) 창이 특징인 제품. 본체는 세로 방향으로 두면서 대형 액정화면만 TV처럼 가로로 돌려볼 수 있게 한 점이 높이 평가 받아 지난달 모든 분야의 상품 중 최고의 디자인에 주어지는 굿디자인전 대통령상으로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이 제품은 출시 후 매달 5만대 이상이 팔려나가는 등 동영상ㆍ게임 등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가로보기 휴대폰의 디자인을 먼저 개발해 의장등록도 삼성보다 2개월 먼저 마쳤다며 대통령상 수상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삼성전자 제품의 대통령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시상을 맡은 한국디자인진흥원에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진흥원이 알아본 결과 삼성 제품이 LG전자의 디자인과 거의 흡사한 데다 LG전자 측 주장대로 의장등록도 2개월 먼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제품 설계와 실제 제작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인데다 특허 등록도 삼성이 지난 2002년 일찌감치 해놓은 상태라 LG전자가 손을 쓰기엔 뒤늦은 상황이었다. LG로서는 혁신적 디자인을 먼저 설계해 놓고도 제품 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대통령상의 영예와 ‘대박’의 기회를 동시에 내준 셈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당시 양측의 의장등록과 특허를 충분히 검토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화면을 가로로 돌리는 것은 디자인 혁신 뿐 아니라 첨단기술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특허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을 먼저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제품으로 나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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