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입맛' 맞춘 드라마 선보인다

한류열풍 겨냥 日배우 캐스팅·사전제작제 도입 등 제작방식 큰 변화<br>'천국의 나무' '내 인생의…' 日 현지 촬영·투자 유치 등<br>"새로운 시도" 긍정평가 속 "고유 경쟁력 저하" 우려도

MBC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

SBS 드라마 '천국의 나무'

일본 내 한류 열풍이 국내 TV드라마의 형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그간 방송가에서 꾸준히 필요성이 대두됐던 드라마 사전제작제의 도입과 함께 극 분량의 축소, 일본 배우들의 캐스팅까지 일본 ‘맞춤형’ 드라마가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국내 드라마팬들의 호응도가 좋을 경우 이러한 형식의 변화는 국내 드라마의 전형으로까지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캐스팅부터 분량까지 ‘일본식 맞춤’=대표적인 사례는 오는 8일 첫 방송되는 SBS 수목드라마 ‘천국의 나무’. 제목에서부터 한류 붐을 몰고 온 ‘천국의 계단’ 후속편 임을 알 수 있다. 10부작으로 제작된다는 점부터 다분히 일본을 겨냥한 포석이다. 회당 70분물에 통상 16~20부 미니시리즈 혹은 6개월 이상 장기방영이 주류인 한국과 달리, 일본 드라마는 회당 40분에 14부 이내로 제작된다. 따라서 국내의 70분짜리 10부작은 일본의 40분짜리 14부작과 분량이 들어맞는다. 주인공인 박신혜와 이완은 ‘천국의 계단’에서 아역을 출연했던 배우들인데다 몇몇 조연을 제외하곤 일본인 연기자로 배역을 채웠다. 촬영은 물론 일본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되고 일본어 대사도 눈에 띈다. 방영 전 대부분의 촬영을 마치는 ‘사전제작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마지막회가 방송되는 날 오후까지 촬영이 진행되는 국내와 달리 일본은 촬영을 모두 끝낸 뒤에야 첫 방영이 이뤄지는 사전제작제가 일반화돼 있다. 주인공의 촬영 중 사고로 아예 방송이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늑대’의 후속편으로 6일부터 방영되는 ‘내 인생의 스페셜’ 역시 다분히 일본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다. 일본 방영 분량에 맞춰 8부작 에피소드형으로 만들어졌다. ‘별은 내 가슴에’ ‘옥탑방 고양이’ 등을 일본에서 배급한 유니시아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김종학 프로덕션과 J&H필름, 미디어패밀리가 공동 제작했다. 애초부터 드라마 제작을 끝낸 뒤 방송사와 편성 협상에 들어간 작품이었기 때문에 방송사의 별다른 도움 없이 드라마제작사만의 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전형적인 한국식 제작 관행에 따르다 보니 겪게 된 촬영 중 방영중단 사태를 전형적인 일본식 제작관행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대체했다는 상징적 의미까지도 부여할 수 있다. ◇한류만의 고유 경쟁력 저하 우려=이 같은 일본식 제작 시스템의 도입은 사전전작제의 도입과 새로운 형식의 시도라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방송 관계자들의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칫 일본의 구미에만 맞추다 보면 정작 한류의 가장 큰 원동력인 우리 고유의 정서를 잃게 돼 콘텐츠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천국의 나무’의 경우, 일본 방영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스토리 전개가 일본 순정만화처럼 돼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대를 아예 일본으로 옮긴 점 역시 현지 시청자들의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단 일본드라마와의 차별성을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도입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사전제작제 역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기존 외주제작사, 매니지먼트사, 코스닥 등록사 등 수많은 제작사가 만들겠다고 발표한 드라마 수가 지상파 3사가 1년 넘게 걸쳐도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점에선 자칫 ‘투자받고 찍고 보자’는 식의 한탕주의 풍토가 우려된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사전제작제의 부작용 이면에는 우리 드라마 경쟁력 제고에 끼친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한 달 이상 장기 방영되는 국내 드라마 현실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작품에 녹일 수 있다는 점은 우리 드라마 제작방식만의 장점이자 국내 드라마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것. 이 과정 속에서 인기없는 작품은 자연스레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작품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한류 드라마의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지적이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한류로 국내 드라마 제작관행이 긍정적으로 바뀌면 콘텐츠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제작시스템의 변화가 한류드라마만의 경쟁력을 해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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