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자국기업 보호 열올리는데… '거꾸로 가는 한국' 출자총액제한제 등 통해 기업 '옥죄기'에만 바빠택배사 한국내 불법영업 합법화 관철한 美와 대조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1.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2005년 D램 담합사건으로 미국 당국으로부터 각각 3억달러,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임직원들은 징역형까지 선고받았다. #2. 대한항공은 최근 화물운임 등 담합으로 영국항공과 함께 각각 미 당국에 3억달러의 벌금을 물게 됐다. 아울러 미국 내에서 손해배상소송에 직면해 있다. #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우편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부는 3월 협상 막판에 미측 요구를 수용했다. 세 사건은 미국 정부가 기업에 대해 얼마나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기업 이익을 국익의 관점에서 우선시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D램 담합은 삼성과 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경쟁당국에 제보하며 촉발됐다. 삼성과 하이닉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마이크론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려는 미 정부의 노림수가 있었다는 것은 세계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영국항공과 함께 대한항공에 거액의 벌금이 매겨진 것도 미 당국이 국제 여객 및 화물운송시장에서 약진하는 대한항공을 견제하며 자국 항공사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미국은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 UPSㆍ페덱스 등 자국 특송사들이 한국에서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는 것은 물론 합법화하도록 요구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담합을 결코 옹호할 생각이 없고 국내 우편제도에 일부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같은 사례들을 보면서 한국의 기업과 기업인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국제담합에 연루된 한 회사 관계자는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면서 선진 각국의 경쟁당국은 시장파수꾼 역할을 하면서도 자국 기업보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한국의 정부 당국은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명분으로 출자총액제 유지 등 기업을 옥죄기에 바빴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명분에 집착해 재계와 출총제를 둘러싼 의미 없는 싸움만 해왔다”며 “기업의 투자위축을 심화시키면서 경영권 방어 비용을 높여 경쟁력 약화만 초래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현금보유력이 탄탄하고 출총제 아래에서도 출자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하지만 재계는 공연히 기업의욕만 꺾는 제도를 왜 고집하느냐고 반문한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경제연구소 핵심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에 정답은 없으며 각국의 산업구조에 알맞은 고유의 지배구조를 갖는 것이 세계화의 물결에서도 유효하다”면서 “경제 문제는 정치나 명분이 아닌 실리로 푸는 것이 세계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상에 매몰된 기업정책보다는 실사구시적 입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촉진하고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ㆍ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라는 조언이다. 입력시간 : 2007/08/22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