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나병선 한국석유공사 사장

◇대담 = 柳晳基 정경부장최근 우리나라가 자원빈국의 설움을 일거에 씻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 앞바다 대륙붕 6-1광구 고래 구조에 경제성있는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사실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돈을 투자해 뽑아쓸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는 경제성 높은 가스전 발굴은 지난 69년 국내 대륙붕 석유탐사활동이 시작된 이래 30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기름 한 방울을 찾아내기 위해 1,000만년이상의 지층이 형성되어 있는 대륙붕에 박힌 시추공은 모두 31개. 맨 먼저 국내 석유탐사에 나섰던 세계적 석유메이저들은 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손을 털고 나갔다. 이번 가스전 발견은 한국석유공사가 단독 시추에 나선 지 12번째만에 거둔 개가다. 국내에서 가스전이 발견된 것은 그동안 6번이나 됐지만 이번을 제외하곤 모두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국민들에게 여러차례 실망만 안겨줬다. 지난 6일 국산 석유시추호 「두성호」선상에서 가스발견을 맨먼저 확인한 나병선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만나 가스전 발견의 의미와 자원개발 계획에 대해 알아봤다.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던 우리나라에서 경제성이 있는 가스전이 발견됐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합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에게는 이 사실이 의외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느낌입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지요. ▲그 사실은 저로서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역사적인 사건을 온국민에게 대대적으로 알렸어야 마땅했죠.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정국전환용으로 오해를 받을까봐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달초만 해도 옷로비 사건, 재선거, 검찰인사 파문 등으로 정국이 불안정했던 게 사실입니다. 나서서 떠들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이번에 발견된 가스전은 경제성이 높다고 했는데 가스를 생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확인된 가스매장량은 2,500억∼3,000억 입방피트입니다. 이 가운데 1,700억∼2,000억 입방피트, 액화천연가스(LNG) 환산톤으로는 340만∼400만톤이 생산 가능한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이를 LNG도입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약 7억∼8억달러에 해당합니다. 생산설계나 시설 건설에 약 1억5,000만∼2억달러가 들어갈 것을 예상하더라도 최소 5억달러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에 가스를 공급할 경우에는 4∼5개월은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오는 2002년부터 생산에 본격 착수할 예정인데 우선 울산, 경남지역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됩니다. 경남지역에만 공급한다면 15년정도는 쓸 수 있을 거로 봅니다. -경제적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가스전을 순수 국내 기술에 의해 발견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석유가스 시추능력을 검증받음으로써 그동안 소극적으로 진행되던 해외 자원개발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국민들은 이번 가스전발견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별 관심이 없어요. 우리나라가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를 수입하느라고 해마다 230억달러 이상의 엄청난 외화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서방선진 7개국(G7)의 대부분을 제치고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 가스전 발견은 경제적 효과보다 우리도 순수 자체기술로 대륙붕이나 해외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고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해외자원개발을 안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분참여 형식이 고작이었어요. 매우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국과의 컨소시엄에서는 아예 발언권조차 없었어요. 그동안 우리는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수세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 메이저들과 동등한 자격을 갖고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우리는 석유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석유산업의 기술도 외국으로부터 원유를 들여다 정제해 사용하는 범위이상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번 시추 성공을 시작으로 석유가스탐사에 대한 비중이 높아져 국내 석유산업의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70년대부터 세계적 메이저들이 국내 대륙붕탐사를 시작했지만 정밀물리탐사 작업은 하지 못 했습니다. 메이저들은 1,600만년 지층을 집중 탐사했죠. 우리가 발견한 가스전은 1,000만년 지층에 있습니다. 인공위성 신호를 받아 두성호 시추공을 가스가 묻혀있는 지층에 정확히 뚫어낸 것이죠. 그만큼 시추기술이 첨단화되었다는 얘기도 됩니다. 고래 구조의 가스 생산은 6-1광구 지역의 가스전 개발의 시발점에 불과합니다. 석유공사는 인근의 가스구조들에 대한 탐사와 시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추가 매장량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또 서해안의 2,3광구에 대한 정밀물리탐사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사실 그동안은 지층이 같은 광구에서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과의 분쟁을 우려해 서해안 탐사작업은 뒤로 미뤄 놨었습니다. 이번 가스발견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오는 2007년까지 물리탐사 15만5,000 ㎞, 탐사시추 14공, 평가시추 7공을 실시하겠습니다. -석유가스 탐사와 시추작업에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가스전에서 가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많은 투자가 들어가겠죠. 자금조달 계획은 어떻게 마련할 예정입니까. ▲자체적으로 조달이 가능합니다. 현재 여러가지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우선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유관기관인 가스공사, 한국전력과 검토중에 있습니다. 또 정부측에는 5,000억원정도를 출자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민간기업들의 관심도 높은 편입니다. 외국 메이저들 역시 이번 가스전 발견 소식을 듣고 부쩍 한국을 찾는 발길이 잦아졌어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진행된 실적은 없습니다만 외국과의 합작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석유공사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유전개발에도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때 동행해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정말 까다로운 협상입니다. 개발에 대한 합의각서에는 서명이 됐습니다. 그러나 유전개발에 투입될 자금을 어느 나라가 어느만큼 투자하느냐의 문제와 파이프라인을 최단 거리인 러시아-몽골-중국-한국으로 설치하느냐, 중국의 요구대로 러시아-중국-한국으로 정하느냐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정부는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석유공사도 민영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민영화 일정에 대해 정리해 주십시오. ▲장기적으로는 민영화수순을 밟아야겠죠. 그러나 정부가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석유공사를 더 키운 후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등은 국영회사인 석유회사들에 엄청난 돈을 투입해 세계적 회사로 키운 후 민영화했습니다. 수조원에 달한 석유사업기금에서 자원개발 지원분이 고작 4%선에 그친 상황에서 섣불리 민영화를 단행한다면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민영화를 서둘러 석유시추선인 두성호와 석유비축 시설을 매각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누가 사겠습니까.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지 않는 한 민간기업이 좀처럼 달려들지 않을 것입니다. 석유비축이란 넓은 의미로 볼때 국가안보에 관련되는 사업인데 이를 무작정 민간에 넘기는 것이 능사인지도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준비된 민영화가 절실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가스전 발견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정리=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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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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