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07일] 노르웨이의 풍요로운 미래

북유럽 국가들 하면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선진 부국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한 이들 나라들은 대외적으로는 어려운 나라들을 돕는 데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경우를 살펴보자. 노르웨이는 피오르 등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다. 자연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지난 1971년부터 북해에서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은 하루에 25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한 석유의 대부분을 수출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다. 가스의 경우는 연간 850억입방미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3대 가스 수출국이다. 수산자원도 풍부해 수산물 수출이 세계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연어 등 수산물을 실은 747점보기가 1주일에 세 번 오슬로~인천을 운항할 정도로 많은 수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연어의 절반 이상이 노르웨이산이라고 한다. 노르웨이가 부럽게 생각되는 이유는 이 밖에도 많다. 노르웨이는 유엔개발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삶의 질’ 조사에서 2001년 이래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에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하는 ‘세계 평화지수’에서도 121개 나라 중 1위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고 가장 평화로운 나라라는 의미다. 노르웨이의 경제사정을 살펴보면 더욱 부럽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출에서 생기는 돈을 대부분 연금기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기금은 2007년 말 현재 무려 4,000억달러에 달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국부펀드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 추세가 계속되면 7년 후인 2015년에는 지금의 2~3배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인당 9만2,000달러였던 국민소득도 따라서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돈이 국부로 쌓이고 있음에도 정부나 국민은 허리띠를 풀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유가상승으로 생기는 여분의 오일머니를 정부 예산으로 돌려 교육 등 복지에 더 많이 써야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후세들도 오일머니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르웨이 국민들이 돈을 아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2007년의 경우 40억달러 정도를 다른 나라를 위해 썼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7배가 넘는 수준이다. 오는 2009년 대외원조 예산은 국민순소득(GNI)의 1%를 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스웨덴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기들보다 어려운 나라 사람들을 돕는 것을 도덕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들이 잘 살아야 자기들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부가 대외원조에 그렇게 많은 예산을 써도 조금도 불평하지 않는다. 노르웨이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항상 시선을 밖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바이킹의 후예답다. 나라 밖을 바라보고 나라 밖에서 부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뛰어난 머리와 재주가 있는 사람들 같다. 노르웨이의 웬만한 회사들은 대부분 해외에 수많은 공장과 지사를 두고 있다. 50개가 넘는 나라에 100여개가 넘는 지사를 두고 사업을 하는 회사가 셀 수 없이 많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의 한 회사는 한국에 13개가 넘는 사무소를 두고 있다. 한국에 1년에 4억달러 넘게 수출하는 회사도 있다. 한국이 조선 분야에서 세계 1위이지만 우리 조선소가 필요로 하는 핵심적인 장비나 부품ㆍ기술을 공급하고 있는 회사는 노르웨이 회사들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처럼 전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학교 교육을 통해서 기르고 있다. 필자는 오슬로에서 100 여㎞ 떨어진 시골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학교에서는 저명한 국제평화학자인 요한 갈퉁 교수가 개발한 갈등해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생기는 분쟁과 갈등을 윈윈전략으로 해결하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7학년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과 2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들이 하는 질문의 수준과 영어 구사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외교(public diplomacy)의 일환으로 올해 초부터 오슬로 일원의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사관에 초청해 한국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많은 학교가 참가를 희망해와 다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시선을 늘 나라 밖으로 향한다. 나라 밖에서 풍요로운 미래를 찾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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